A농민 “맨홀서 넘어져 빠져 죽을 뻔했다”…공사 “도의적 부분 있지만, 관리부실 인정 못해”

▲한국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전경.

농수로 맨홀에서 한 농민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를 관리해야 할 한국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지사장 김선영)는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자신들이 관리해야 할 시설물임을 인정하면서도 사고가 맨홀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관리부실·소홀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농어촌공사와 A농민에 따르면 지난 8월 28일 연서면의 한 농지에서 트랙터 작업을 지켜보던 A농민이 맨홀에서 넘어지며 전봇대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통원 치료를 받으며 허리 통증 등 호소하고 있는데 최근 진단결과에 따르면 척추 중간부분인 흉추 12번 압박골절과 척추관 협착증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전경.

사고 발생 장소는 그동안 관리가 전혀 안돼 잡풀로 맨홀이 가려져 있었고 특히 맨홀을 덮고 있어야 할 두 개의 뚜껑 중 하나가 맨홀 아래로 아예 빠져 각종 사고 위험이 높은 환경이다.  

A농민은 맨홀 뚜껑이 제대로 닫혀 있고 평소에 주변 정리가 돼 있었다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식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농어촌공사측은 A농민이 오랜 기간 그 지역에 거주해 왔고 이미 맨홀이 있었던 것을 알았다며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고 맞서는 실정이다. 

▲A농민이 맨홀 사고 현장에서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농민이 맨홀 사고 현장에서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농민은 “자칫 잘못됐으면 내가 1미터가 넘는 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칠뻔한 상황이었다. 사고 발생 후 공사는 맨홀 뚜껑이 원래 없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 뚜껑 하나가 맨홀 속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설이 40년 정도가 됐다는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관리했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이 다쳐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그저 보상 기준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한 사고 현장 바로 인접한 토지에서 공사측에서 작업을 한 부분이 있는데 조그만 신경 썼다면 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후 그동안 치료를 위해 다닌 병원의 진단서와 약.
▲사고 후 그동안 치료를 위해 다닌 병원의 진단서와 약.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치료비를 제공하려고도 했지만 이것은 관리 부실이나 관리 소홀 문제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보상 기준은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맨홀 뚜껑이 빠져 있던 자체가 관리 소홀이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가 떨어뜨린 것도 아니고 주민들이 농사 지으면서 훼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것을 관리 소홀로 연결시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이번 사고에 대응하는 공사측의 자세에 대해 심각한 우려을 제기하고 있다.  
농민의 맨홀 인지 여부 및 사고 발생 원인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원래 닫혀 있어야 할 맨홀 뚜껑이 아래로 빠져 있다는 자체가 더욱 심각한 사안이다.

이로 인해 농어촌공사가 관리 소홀·미흡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의식한 행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사고 수습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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