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조합장 선거 불출마 선언…“항상 농협을 응원하며 함께 할 것”

▲세종서부농협 이성규 조합장.
▲세종서부농협 이성규 조합장.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잘했다는 생각이다”

세종서부농협 이성규 조합장이 내년 조합장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3선 도전을 포기한 것이다. 개인적 사유도 있지만 후진 양성을 통해 농협의 면모를 일신시킬 시점이라는 판단도 상당하다. 본인으로선 커다란 결단을 내린 셈이다.

지난 7일 세종서부농협 조합장실에 만난 이성규 조합장은 불출마 관련해 자신의 소회에 대해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세종시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 신규지점 및 마트 개설

세종서부농협은 이성규 조합장 취임 전과 후과 나눌 수 있는데 그만큼 여러 변화가 수반됐다는 의미이다. 

우선 농협 명칭을 기존에 ‘장기농협’에서 ‘세종서부농협’으로 변경했다. 이는 당시 공주시에서 세종시 출범과 함께 행정구역이 세종시에 포함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농협 규모나 사업 영역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이성규 조합장은 “농업인 출신으로 처음 조합장을 맡았을 때가 2015년도 였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굉장히 조합이 어려웠다. 여수신 규모가 한 110억 정도 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어찌 보면 세종시로 인해서 우리 세종서부농협이 많은 수혜를 봤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면 불가능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과감히 4개 지점을 개설해 아직 꽉찬 농협은 아니지만 외형적으로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규 지점 개설에 대해 우려도 상당했다고 한다.
이 조합장은 “지금이야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 내부적으론 상당한 걱정이 있었다”며 “당연한 것인데 잘못되면 경제적 손실이라든가 이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지만 우리 집행부에서 이해와 설득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금은 여수신 규모가 한 7천억이 넘고 자산과 자본금도 각각 5천억, 400억 가까이 됐다.
이 조합장은 “이것은 나 혼자 만의 힘으로 아닌 임직원들과 조합원 모두가 함께 했기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금융이 아닌 경제 사업이 주 목적”…경제사업 육성 및 강화 초점

이 조합장은 농협의 주목적은 경제사업으로 판단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사업 강화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이에 따라 50평 정도의 조그만 마트를 지난 2017년도에 300평 매장으로 확장하고 그 이듬해인 2018년 1월 개장하게 된다.  

이 조합장은 “그 작은 마트는 지난해 하루 매출 4천만원 정도로 발전했다”며 “사실 본점은 하나로마트가 아닌 ‘농축산물’ 직판장인데 이 지역이 농림지역으로 그 안에는 하나로마트를 지울 수 없어 직판장 체제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매장내 축산물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 조합장은 “우리 조합원들이 사육하는 60개월 미만의 암소를 도축해 판매하고 있는데 정육 질과 맛이 좋아 호평을 받고 있다. 하루 매출의 40% 가까이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축산업과 벼농사 외에는 별다른 특화작목이 없는 현실에서 두부 제조를 추진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 조합장은 “나는 농협에 있어 금융이 아닌 경제사업이 근본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며 유통을 책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부 공장 건립에 5억원을 투입해 조합원은 계약재배로 생산에만 전념하고 판로는 농협이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관내외 농협에 두부를 판매 중이다. 

이 조합장은 특히 “내년 3월부터는 신학기 개학에 맞춰 세종 관내 학교 급식으로 나가도록 계약했다”며 “우리 조합원이 생산한 콩을 전량 수매해 가공해서 학교 급식과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면 좀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그런 것이다. 전임자가 기반을 닦으면 후임자가 그걸 더 발전시키고 그것이 기틀이 돼 새로운 사업도 성장할 수 있게 된다”고 웃음 지었다. 

▲이성규 조합장.
▲이성규 조합장.

자신과 조합원에 대한 ‘아쉬움’·‘미안함’ 

성과 만큼 향후 거취에 대한 다소의 아쉬움은 여전한 듯 했다.  
이 조합장은 “조합장으로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늘 아쉬움 있다. 결정을 한다는 게 사실 그렇게 쉽지 않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하지만 아쉬움이 있을 때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조합 경영을 맡기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후진 양성에 기여하고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히려 잘한 것 같다. 아쉬움이 있을 때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올 것으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신의 공약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은 상당해 보였다. 

이 조합장은 “2019년도 공약 중 두 가지 못한 게 있다. 우선 여·수신 1조 목표 달성인데 그걸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출산 장려금이다. 농촌은 고령화 매우 심각한데 시골에 아기 울음소리가 없다”며 “출산 장려금을 주려고 해도 조합원은 모두 나이가 들어 조합원의 손자·손녀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고 싶었다. 그걸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에 대한 당부

그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조합원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조합장은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농민들이 적은 금액이지만 출자를 해 조합을 만들어 농민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농협에 대한 애착과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다소 아쉬움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 실례로 우리가 마트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하지만 어떤 품목은 다른 곳에 비해 비싸기도 하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이것을 이유로 조합 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오히려 신도시 조합원들이 일부러 이곳에 와 물건을 더 많이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 조합장은 “조합원이 농협을 많이 이용할수록 그 만큼 이용고 배당 등을 통해 환원됨에도 일부에선 그렇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협은 조합장이나 직원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좀 더 주인의식을 갖고 농협을 이용하고 농협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조합장은 끝으로 “남은 임기 동안 우리 농협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평조합원으로 돌아가더라도 뒤에서 응원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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