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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天風 11 보수·친일·유신단죄 40소설가 김재찬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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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07  14: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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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우리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마치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이것은 코끼리다’라는 생각에 몰두한 나머지, 이 코끼리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하는지는 무관심해지는 것처럼. 

독재자, 박정환에게 문명과 야만의 두 얼굴이 이처럼 그로테스크하게 나타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가 반민주주의 독재자로 여겨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3선을 반대하는 시위세력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고작 백년정도밖에 못 사는 인간의 삶!”  뜬 소문으로 치부하기엔 여러 경우가 많았다. 

박선호는 차지철이 여자 문제로 더욱 힘들게 했다. 박선호 자신이 어린애들을 갖고 있는 아버지로서 연산군 시절 전국에서 미모가 뛰어난 여자들만 뽑아 왕에게 상납하는, 채홍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해 인간적으로 괴로워했다. 

김재규에게 수차 “도저히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고 하소연했다. 
그만두게 해 달라고 했으나, 김재규가 “궁정동 일은 자네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서 사의를 만류시켰다.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은 일년 중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불법 쿠데타를 주도한 독재자가 사생활을 즐기는데, 그의 모든 시간을 바쳐야 했고, 그것이 공무였다. 의전비서나 의전과장은 본래 그 조직과 외부간 접촉에서 절차와 일정을 관리하는 직책이다. 

의전비서는 대부분 고위층의 심복이다. 자신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훤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비서가 나중에 수틀려서 자신의 행적을 폭로한다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평생동지를 의전비서로 삼는 것이 통례다. 특히 박정환 같은 독재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운 부하는 역시 경호실장과 의전수석비서관이었다. 

개인 생활과 관련된 역할을 수행하는 부하인 것이다. 

중앙정보부에서 의전과장은 부장이 가장 신임하는 오른팔이 맡게 돼있다. 대통령의 내밀한 사생활을 관리하는 직책이 되면서부터 비극적 범죄의 원인이 되었다. 

권위주의, 퇴폐·향락주의, 물질중심주의 폐해였다.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은 국가기밀과 정보관리를 내세워 일반 국민의 눈에 완전히 가려져 있는 중앙정보부에, 대통령을 위시한 최고 권력자들의 향락을 뒷바라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 실무 책임자가 의전과장이었다. 

박선호가 이따금 함께 신세타령을 했다는, 남효주 사무관은 궁정동 안가 비밀요정의 관리자였다. 대통령 전용 관립요정을 두고, 그 관리자에게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직급인 사무관을 부여한 것이다. 

남효주 얘기가 나오자 군검찰관은 당황했다. 대통령 사생활의 가장 깊숙한 비밀 얘기가 노출될 위기였다. 

검찰관은 급히 제동을 걸었다. 한 권력자의 그간 몰염치한 강간 행위는 24시간 운영된다. 밤을 지킨다. 계속되는 죄책감으로 남는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 있는 군사정권의 문화 유전자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과시와 허세를 거두고, 모순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길은 은폐 공화국 박정환의 진상과 그 고백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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