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소문으로 전해지는 새마을어머니 배구대회 추문사건. 

해당 여성이 유부녀였고,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구체적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소문으로 치부하곤 한다. 

박정환의 언급되는 여성 편력 중에서 소문에 근거한 것들도 많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독재자의 일이니, 사후에 얼마나 이렇게 왈가왈부하는 것이 재미있었겠는가. 

특히 권력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밝히는 것에는 부담이 있기도 한 것. 그럴 필요도 못 느끼기에 제대로 된 문서로 전하지 않았을까? 박정환의 여성 편력이 심했다는 반증은 많다.
 
적어도 박정환을 좋아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며 독재자였음을 차치하고, 공과를 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제대로 알고 옹호하거나 비판해야 한다. 

박정환은 한쪽에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숭배의 대상이지만, 반대편에선 무자비한 독재자일 뿐이다. 

“우당탕! 쿵쾅!” “뭐얐!” “그래, 죽여라! 죽여!” 고함과 여자의 울음소리, 부서지는 소리가 뒤범벅된 대통령 침실밖엔 잠긴 문고리를 부여잡고 청와대 여직원들이 울고불고했다. 

이윽고 도착한 경호실장 박종규는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박종규는 이들 청와대 부부간의 일에 개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각하! 진정하세요.” 박종규는 박정환을 만류하면서 내실을 바라보니, 여사는 침대 한쪽에 주저 앉은 채, 흐느끼고 있다. 이마엔 무엇인가에 맞아서 피를 흘리고 있다. 

여사가 박정환에게 부부싸움 끝에 재떨이로 얻어맞아 부상당했던 얘기는 기자들을 통해 알려진 일화다. 머쓱해진 박정환은 담뱃불을 붙이고 나서 깊게 내뿜었다. 

“이것 보시오. 박실장!” “예! 각하!” “여자가 남자의 사소한 행위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게 너무하다고 여기지 않소?” “…그래도 각하, 이건 좀 지나치십니다.” 

박정환의 밤 행사에 대한 여사의 질투심으로 인한 부부간의 분쟁은 자주 발생했다. 쿠데타를 한 주범들은 처음부터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떠들었다. 

집권에 성공한 후에는 헌법에 까지도 ‘혁명’이라고 써넣었다. 

그들이 아무리 혁명이라고 해도 군사반란이고 내란인 것이다. 박정환은 5·16 쿠데타를 통하여 집권하게 되고, 이후의 여성 편력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누가 한 나라의 왕 노릇을 하고 있는 독재자의 여성 편력을 감히 떠들겠는가! 

박정환 사후부터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슬슬 엽색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군사재판에서 박정환의 채홍사 역할을 한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의 증언으로 인해, 근간의 소문들이 사실이었음이 밝혀지게 된다. 

법정에서 박선호는 이러한 여인들의 리스트가 약 200명 정도 되며, 알려지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이름들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여론의 사정권을 벗어나게 되면, 국민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인간 박정환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곳이 궁정동 안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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