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과연 검찰이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을 파괴해 온 숱한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을 무너뜨린 건 오·남용한 검찰권 아니었던가. 

검찰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해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군부독재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보수정권하에서 권력의 사유화로 파괴된 민주주의와 법치를 살려낼 기회를 걷어찬 검찰이었다. 

미적대다 마지못해 수사하는 시늉만 내는 그들이다. 보수 정권하에서 그러했다.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엎드렸다. 그들의 무소불위를 알아주는 정권이었다. 

그러나 그들 눈에 만만하게 보이는 정권,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는 정권에서만 정의의 사도 인양 투사형으로 돌변했다. 

그들은 검찰권력을 사유화하고 정치화한 이명박·박그녀 정권의 부역자들이다.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도록 검찰을 조종했던 자들이다. 검찰내부의 부조리는 여전하다. 

의혹이 있다면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게 정도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의 비리나 비위를 밝히는 일에 매우 인색하다. 
중형을 때리자 울먹이는 피고인에게 “소감을 말해보라”고 강요한 행위는 가학증세에 가깝다.

허위비방을 일삼는 극우보수 목사에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무죄를 선고해 그 입을 다시 열어주는가 하면, 방역에 협조하지 않은 교회 관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부 독재타도! 를 외치며 시위 대열에 선봉에 섰던 봉준이에게 가혹하게 처벌이 내려진 법정에서였다. 

“검찰 조서를 작성하고 보니 어떤 나쁜 놈이 비열하게 혐의를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그려져 있더고마. 나쁜 짓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는데 그렇게 적혀 있었제. 하지만 검찰에서 12시간을 조사받으면서 일일이 고칠 힘이 없었고마. 그냥 시키는 대로 손도장을 찍고 만거지. 그게 그대로 판결문이 됐고마.” 

“갖은 협박과 고문도 자행됐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더 절망감에 빠졌고마. 검사실에 들어서자마자 ‘세번의 기회를 주겠다. 빨리 실토를 해야 조금이라도 선처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인생은 끝나는 것’이라고 했제. 도무지 검사 말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고마.”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날부터 12시간씩 조사를 받았다. 첫날은 훈계만 듣다가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두 번째 조사부터 본격적인 신문이 시작됐다. 불순세력이라는 딱지를 덧씌웠고, 고문도 서슴치 않았다. 어느새 물으면 답하는 자동응답기계로 훈련이 돼 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만승 부패 무능독재정권도 이겼고, 박정환 쿠데타 독재정권도 견뎌냈으며, 전두환 테러리스트도 물리치고, 박그녀도 쫓아냈다. 

우리의 계속되는 투쟁이야 말로 한국을 특별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의 희생으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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