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회화나무)

▲창덕궁 회화나무.
▲창덕궁 회화나무.

내가 짓는 목조주택 나무는 SPF(spruce 가문비나무, pine 소나무, fir 전나무)로 구성됐다. 이 구조재는 건조 목재(Kiln dry)로 함수율 19% 이하다.

대부분 캐나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건조목이다. 목조주택에서 주로 쓰는 구조재는 각재로 2*4(Two by Four), 2*6(Two by six) 등이다. 다시 말해 2인치 4인치, 2인치, 6인치 각재를 말하는 것이다.

북미 등에서는 30년 정도 산에다 나무를 심었다 베고 다시 심는다. 

우리나라처럼 아무 개념 없이 쓰잘데기 없는 소나무만 보호하고 땔감으로 참나무를 베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박정희 정부시절에 산림녹화 사업이라고 낙엽송을 전략적으로 심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건설현장에서 파이프 비계가 나오기 전에 비계로 썼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인삼밭 말뚝으로 쓰고 있다.

하여튼, 이번 이야기는 죽은 나무 이야기가 아니라 산 나무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천년을 사는 나무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다.

그중에 회화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 집에도 40년 정도 된 회화나무가 두 그루 있다. 대전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오고 아는 지인 목사님이 주셔서 옮겨 심었다.

15년 전 두 그루를 옮겨 심는데 인건비, 장비대 등 거의 200만원이 들었다. 그때 이 나무를 심은 이유는 단 한 가지에 때문이다. 

임금이 정승한테 하사하는 학자목이라고 천년을 사는 나무라고 한다. 우리 아들 두 놈이 잘되라고 회화나무를 심었다.

회화나무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콩과에 속한다. 아카시아 나무와 비슷해 잎에서 향기가 많이 나서 벌레들이 많기도 하다. 그로 인해 온갖 새들이 날아드는데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서다.

회화나무는 생명나무라고도 한다. 모든 나무 중에 으뜸으로 치는 신목(神木)으로 옛날에는 길상목(吉祥木)으로 귀하고 신성하게 여겼다.

주로 궁궐, 서원, 서당 등에 많이 심어 ‘선비나무’라고 별명을 붙였다. 중국에서는 괴화수(槐花樹)라고 불러 상서로운 나무, 출세의 나무로 알려졌다.

우리 조상은 행운목이라고 했고, 회화나무는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학자나 큰 인물이 난다고 했다.
창덕궁 돈화문에 있는 천연기념물(제472호) 회화나무가 있고 경남 함안군 칠북면 영동리에 대표적인 나무들과 충남의 해미읍성에도 유려한 회화나무가 있다.

본초강목에는 오래된 회화나무는 불을 잘 만들어 신선이 깃든다고 했다. 꽃이나 열매는 황색색소로 염색제로 종이나 천에 물들이는데 이걸 괴황지(槐黃紙)라고 불렀다.

예로부터 회화나무는 잡귀신이 감히 범접 못하는 기운이 있어 열매를 이용해 부적을 쓸 괴황지를 썼다고 한다.

과거 시험도 회화나무가 꽃 피는 8~9월에 봤다. 그만큼 회화나무에 대해 나라에서 애정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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