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예술이냐? 기능성이냐?
다시 말해 이쁘게만 짓고 기능성, 생태적인 걸 고민 안 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내추럴하고 컨추리하게 짓더라도 사람이 살기 좋은 집이 좋은 건지?

30년 넘게 집을 지으면서 늘 고민하는 화두다.

오늘도 내일 모래부터 지을 농막 주인 부부와 이 얘기를 주고받았다.
60세 가까운 부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봄·여름·가을·겨울 풍경 속에서 지을 농막을 모던하고 도심 속에서나 어울리는 그런 집보다 자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을 내가 먼저 권했다.

남자가 암 수술을 해 공기 좋은 곳에서 수양할 목적인데 제일 중요한 건 가장 생태적인 자재를 가지고 잠깐 쉬더라도 그게 나을 것 같았다. 흔쾌히 내 의견에 동의해 그렇게 짓기로 했다.

난 집을 지을 때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독특하고 심오한 철학을 가지고 집을 짓는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고집이 세고 자기 멋대로 공법이라는 사람도 있다.

▲장승현 목수가 목조 주택을 짓고 있다.
▲장승현 목수가 목조 주택을 짓고 있다.

예술과 생활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서 늘 고민하는 말이다.
가끔 생태적인 걸 고민하지 말고 모던하고 깔끔한 자재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나를 항상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자연 속에 자연스러운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은 이 부분이 맞지 않아 건축주와 계약 단계에서 시공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자연은 다 예술이다. 흙 한줌, 나무 한 그루 다 예술이다.

오늘은 지인과 통화하다 전에 나와 목조주택을 지을 뻔 한 사람이 자기가 6개월 동안 직영을 해 볏집을 지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목조주택보다 비용이 3배나 들었고, 기간도 6개월 동안이나 걸렸다는 말을 듣고 내가 바로 “무식하면 용감하고, 왜 집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전문가 말을 안 듣는냐”며 욕을 해버렸다.

옛날 어렸을 때 볏집을 쌓아놓고 친구들과 장난하다 확, 불 질러 버리던 생각이 바로 스쳤기 때문이다.

하여튼 집을 짓는 사람들은 낭만과 꿈과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이런 것들은 우리 소박한 삶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지, 자기의 검증되지 않은 상상력의 집이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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