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박정환이 남긴 조국 근대화란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는, 국민들의 자율적 반성과 성찰능력을 빼앗아, 그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순수형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고, 이러한 광기는 전두환체제에서도 이어졌다.

박정환 주의의 이후에 보수는 대안서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고도성장’과 ‘국가안보’라는 박정환 주의의 두 기둥을 각각 재탕했다. 이 복고취향은 결국 시대착오로 드러났다.

박정환은 뛰어난 능력으로 한국에서 가난을 물리치기는 했지만 독재자라는 추악한 모습을 남겼다.

그 시절 ‘그때 그사람’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인물로서 참으로 한국인들에게 ‘우리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인물이 아닌가!

박정환 대통령 하면, 웬만한 지식층과 사람들 머릿속에는 ‘조국의 경제를 살린 위대한 영웅’, ‘민주국가를 쿠데타로 전복한 반란군 수괴’,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정적을 농락 한 희대의 바람둥이 독재자’, ‘최고 악질 친일파’, ‘골수 공산주의자’, 등 완전히 색다른 모습의 얼굴로 혼란스러울 정도다.

박정환 군사독재 정권의 압력과 자사 이익에 눈이 멀어 시녀 노릇을 자임해 왔던, 보수 조선·중앙·동아 및 방송사 보수 종편, 그리고 일부 인사들의 저서 등 어용 언론인들은 너무도 오랫동안 진실을 국민들 에게 알릴 언론 본연의 자세는 내팽개치고, 친일 군사독재정권의 요구대로 대부분의 국민들을 ‘바보’로 세뇌시킨 결과, 이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 중, ‘조국의 경제를 살린 영웅’ 이외의 사실은 믿으려 하지 않는 서글픈 세태가 되었다.

일제 식민통치 종식 이후 15년 이상 교육받은 시점인 1960년대 중반부터 경제 성장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서구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알았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서구 국가들과 같은 번영을 열망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군인정치의 독재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버지는 울분을 토했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항상 내가 가장 진리이고 정의롭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따라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억압과 저항의 시기를 통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 총체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한국 민주세력과 민주주의의 최고의 자산이 되었고, 파업노동자를 위해 기부하는 등 진보적 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아버지는 평화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에 나갔다가 다시 감금되기도 했다.

석방된 후 자유의 상징으로 각광을 받았다. 집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미어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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