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아버지는 몇 년간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식민사관에 맞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지키는 외롭고 힘든 학문적 투쟁을 해왔다.

“동북공정과 식민사관이 무엇이죠?”
“동북공정은 중국이 자기들의 역사를 한반도까지 확대하려는 기대야.”

“식민사관은 요?”
“일본이 자기들의 역사를 한반도 까지 확대하려는 기도라는 공통점이 있어.”
“둘다 우리의 고유한 역사를 침탈하고 우리 영토를 줄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어요.”

이런 불순한 기도에 맞서 우리의 역사와 영토를 지키겠다는 독립운동가의 심정으로 치열하게 연구해온 당대 최고의 학자에 대한 나라의 대접이 이것인가.

“애당초 지검에서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고검이 수사해서 기소한 것부터 납득하기 어려운데.”
“급기야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내렸다.”
“국가가 훈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 역사학자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다니.”
“대명천지에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이에요.”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면 식민사관이 주는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해방된 지 60년이 지났는데 설마 무슨 식민사관이랴 하겠지만…”
“식민사관은 뿌리 깊고 끈끈한 인맥, 학맥으로 얽혀 역사학계의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한 사회를 바꾸려면 국가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입법부와 행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과 행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택된다.

나라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각각 차지하는 권력의 양과 질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행정부의 권력이 입법부의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입법부의 목소리가 커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대통령(행정부)이 더 많은 권력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것만큼은 엄연하다.

이것이 한국의 공식·비공식적 권력편제의 본질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 거주하는 피지배층이 진정 이 땅에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보수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았으므로, 한양을 향해 질주하는 일본군을 피해, 자기 집안 위패를 싸들고 도망가던 선조를 바라보던 조선의 백성들이 ‘탈보수’라는 단어를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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