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의 사기꾼 김선달’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조선시대의 평양 출신인 사기꾼 김선달을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는 1906년부터 연재된 한문소설 ‘신단공안(神斷公案)’에 등장하기도 하고 그가 지은 수많은 풍자시(諷刺詩)가 책으로 출간되어 지금까지 온전히 전승(傳承)되는 것을 보면 그 당시에 얼마나 유명했던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의 지략(智略)이 얼마나 뛰어났으면, 그 당시의 고관대작(高官大爵)들도 그에게 봉(鳳)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김선달의 많은 일화 중에 대표적인 것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가 대동강에 나가서 물을 길어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 주면서 다음 날 그 돈을 돌려 달라고 한다. 계획한 대로 다음 날 아침 대동강에 나가서 “물 값을 주시오.”라고 하면서 미리 뿌려 놓은 밑천을 걷는다.

외지에서 온 돈 많은 행인이 이 장면을 보고 의아해하며 뭘 하냐고 물어보자 그는 대동강 물을 팔고 있다고 대답한다.

욕심이 생긴 그 행인은 김선달에게 큰돈을 주고 대동강 물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사게 된다. 다음 날 아침 대동강에 나가 물을 긷는 사람에게 물 값을 달라고 한다. 아무도 돈을 내지 않자 그제야 행인은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외에도 김선달이 남을 속이고 득을 보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중 쉰 팥죽을 초 친 팥죽으로 파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돈을 벌지 않더라도 먹을 것을 공짜로 얻으려고 남을 속이는 예도 있는데 여관에 들어가 다른 사람으로 행세하는 이야기가 그 예이다.

김선달이 옆에서 자고 있는 중의 옷을 입고 나가서 개고기를 먹거나, 함께 투숙하는 상제의 옷을 입고 가까운 기생집에 가서 마냥 놀고는, 계산은 다음 날 아침에 하겠다고 한다.

상제로 행세하는 이야기에서는 담보로 상제의 건(巾)을 주고 가기도 한다. 아침이 되면 스님이나 상제(喪制)가 어쩔 수 없이 대신 돈을 낸다. 결국 김선달은 마음껏 먹고 놀지만 남들이 그 대가를 치러주고 망신까지 당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그는 인간 사회가 정하는 모든 범주나 개념을 초월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사고체계를 초월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사고를 꿰뚫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능력을 지녔기에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하고 나름대로 영웅행세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그의 이름 김선달 앞에 봉자가 붙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김선달은 서울 장안을 자주 드나들었다. 한 번은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로 구경을 나섰다. 그런데 장터 한쪽에 닭장(鷄市場)이 서서 온갖 닭들이 우글댔다. 김선달이 닭장 속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유난히 살이 포동포동하고 털에 윤기가 흐르는 닭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김 선달은 시치미를 뚝 떼고 닭 장수에게 물었다. “주인장, 이게 무슨 날짐승이오? 거참 통통한 게 보기 좋구먼” 그 말을 듣자 주인은 눈을 크게 뜨며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에 얼치기가 많다고 하더니만 이런 놈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구나. 닭도 못 알아보는 걸 보니 꽤나 어리석은 놈인가 보다 주인은 김선달이 얼치기인 줄 알고 골려 먹을 셈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건 봉(鳳)이요”난데없이 닭을 봉황새라고 속인 것이었다.“뭐, 봉이라고? 오호, 말로만 듣던 봉황새를 여기서 제대로 보게 되었군. 그래, 그 새도 파는 것이오?”“물론이오. 팔지 않을 거면 뭐 하러 장터까지 가지고 나왔겠소?”주인은 이제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값은 얼마나 받을 생각이오?” “열 냥만 내시오” 닭은 한 냥씩 받고 팔고 있지만, 봉은 닭보다 훨씬 값어치가 가기 때문에 열 곱은 더 내야 한다는 게 주인의 주장이었다.

김 선달은 값을 깎을 생각도 않고 주인이 달라는 대로 열 냥을 고스란히 건네주고 닭을 샀다. 그리고는 곧바로 관가로 달려갔다. 김선달은 관가를 지키고 있는 문지기에게 품에 안고 온 닭을 보여 주며 말했다.

“내가 방금 귀하디귀한 봉황을 구했는데, 이것을 사또에게 바치려고 하오. 그러니 사또께 말씀을 전해 주시오”그리하여 김선달은 닭을 가지고 사또 앞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천지개벽을 한들 닭이 봉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김선달은 사또를 희롱한 죄로 곤장 열 대를 맞았다. “사또, 억울합니다. 맹세코 저는 죄가 없습니다”꼼짝없이 곤장을 다 맞은 김선달이 눈물을 질금거리며 사또를 향해 하소연을 했다.

“이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닭을 봉이라고 속인 죄가 얼마나 중죄인데 죄가 없다는 것이냐?”“저는 그저 닭장수가 봉이라고 하기에, 닭 값의 열 배를 치르고 샀을 뿐입니다”그 말을 듣자 사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라고? 분명 닭장수가 봉이라고 했단 말이냐?” “예,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왜 닭 값의 열 배나 치렀겠습니까?” “음, 그래....”사또는 제법 영민(英敏)한 사람이어서 상황을 금방 눈치 채고는 닭장수를 불러들이게 했다.

“네가 닭을 봉이라고 속여 열 냥을 받고 판 게 사실이냐?”볼기를 맞아 얼굴에 잔뜩 독이 오른 김선달이 노려보고 있는 터라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닭 장수는 사실대로 고(告)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하면 좋겠느냐?”사또가 김선달을 보며 말했다.

“저 자가 저를 속여 공매를 열 대씩이나 맞았으니 저도 그 대가는 받아야겠습니다. 제가 닭 값의 열 배를 주고 가짜 봉을 샀듯이 저자에게 제가 맞은 곤장의 열 배인 백 대를 쳐주십시오. 아니면 제가 저 자에게 준 열 냥의 열 배인 백 냥을 지불하라고 판결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공정할 듯싶습니다”

사또가 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결국 닭 장수는 거의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 분명한 곤장 백 대를 포기하고, 김선달에게 백 냥을 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였다.

뒷날 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국 각지에 퍼져 사람들은 김선달의 이름 앞에 ‘봉이’라는 별칭을 붙여서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어리숙하여 무엇이나 빼앗아 먹기 좋은 사람을 농으로 일컬을 때 ‘봉 잡았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이 나라 각계각층의 지도자라고 하는 자(者)들은 사람들 앞에서는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척하면서 뒤로는 “천하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의 뺨을 치고도 남을 정도라고 하니, 정말 가증스럽기만 하다.

설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과 원칙을 안 지키기야 하겠느냐만, 금번 법무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만큼은, 사슴을 말이라 하고, 닭을 봉이라 하며, 사실(寫實)을 가짜뉴스라고 하는, 억지와 으름장만은 제발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아직도 국민을 봉이라 생각하는 놈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명심하고 또 명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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