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청송모랭이 금전굴’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괴화산에는 ‘금전굴’이라는 전설도 있다.

괴화산 자락에 마음이 착하여 선동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착한데다 부지런하여 나날이 재산이 불어났다. 하루는 건너 마을에 사는 형이 선동이를 찾아가서

“동생 내가 100석짜리 논을 사는데 99석만 빌려 주게.”

부모의 유산도 독차지했던 형이 100석짜리 논을 사겠다며 99석을 빌려 달랬다. 그저 달라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선동은

“축하드립니다.”

형이 요구한대로 빌려드렸다.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며, 다음날도 밭에 나가서 열심히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금덩이를 캐자.”

괴화산에 금덩이가 묻혀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곳저곳을 파대기 시작했다.

온 마을이 떠들썩했으나 금이 나왔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원래 금을 캐려는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들로, 대체로 게으르고 욕심이 많다.

그들은 금을 캐면 갚겠다며 마을 사람들한테 돈을 빌리기도 하고 밥과 술을 외상으로 먹어댔는데, 금이 나오지 않자, 야반도주 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빌려준 돈이나 밥값을 받지 못한 주민들은 억울하게 빚쟁이가 되고 말았다. 선동은 마을 사람들이 불쌍하다며 모아둔 돈을 나눠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열심히 일하다 밭두렁에서 잠이 들고 말았는데,

“아저씨, 그만 일어나 저를 따라오세요.”

본 일도 없는 동자 하나가 선동을 흔들어 깨운다. 눈을 뜬 선동이 황금빛 모자를 쓰고 앞장 선 동자를 따라 산자락에 이르렀다. 그때서야 걸음을 멈춘 동자가 돌아서며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에야라 난다 지화자 좋다

흥겹게 도라지 타령을 부르고 산속으로 사라진다.

꿈이었다. 선동이 이상하다며 동자가 노래 부르던 곳에 가보려는데, 웬 젊은이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아저씨, 제발 알려주세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뭔가를 알려달라는데, 자세히 듣고 보니, 선동이 금이 묻힌 곳을 알고 있다는 꿈을 꾸었단다.

선동이가 놀라서 젊은이의 얼굴을 보다 또 놀라고 말았다.

조금 전의 꿈에 보였던 동자가 생각나는 얼굴이었다. 다르다면 눈동자에 욕심이 가득 하다는 것 정도였다. 건너 마을 형님이 생각나는 그런 얼굴이었다.

“왜 그렇게 금을 캐고 싶소.”

애절하게 비는 것이 하도 딱하여 물었더니

“어머님, 약값에 쓰려고요.”

젊은이는 앓아누운 어머니의 약을 살돈이 없다며 눈물을 철철 흘린다.
그것이 거짓 눈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선동은 큰 감동을 받아, 꿈속에 나타난 동자가 도라지타령을 부르던 곳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그곳을 파대기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파다가 잠들고 자다가 깨면 파댄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렇게 파대는데도 금은 나오지 않았다.

“에이, 꿈을 믿은 내가 바보지.”

파도 파도 금이 나오지 않자 젊은이는 화를 내고 마을을 떠났다.

그러고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선동이 파헤쳐진 곳을 메우겠다며 산에 갔다. 그런데 선동이 산자락에 이르렀는데, 산속 여기저기서 반짝거린다.

이상하다며 달려가 보았더니 파헤쳐진 구덩이 속에서 노란빛이 솟아오르지 않는가. 놀라서 눈을 비비고 들여다보았더니, 어떻게 된 일인가. 파놓은 구덩이 마다 금덩이가 나뒹굴며 반짝거리지 않는가. 선동이는 그것들을 주워들고 산을 내려와

“금덩이 하나씩 받으세요.”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선동이는 일하겠다며 들에 나간다.

이후로 사람들은 금이 나온 곳을 ‘청송모랭이 금전굴’이라 했다.

나무가 우거진 산모퉁이에서 금이 나온다는 말이다. 지금도 많은 금이 묻혀 있다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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