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괴화산 길재의 금단지’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종시 연기군 금남면의 반곡리·석삼리·장재리·석교리가 둘러싼 곳에 201m의 괴화산이 있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월산과 마주하는 산이다. 밤에도 초롱을 걸어 놓은 것처럼 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오는 명당을 초롱을 걸어놓은 것 같다는 괘등형(掛燈形) 명당이라고 하는데, 괴화산의 모양이 그렇단다.

그것만이 아니다. 과화산에는 많은 금이 묻혀있단다. 그래서 산자락에 사는 주민들은 매년 10월 1일이면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 놓고

“우리들에게 복을 내려주세요.”

절을 하면 소원을 빌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가 행복했단다.

괴화산을 넘어가는 길재는 남쪽에서 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말하는데, 지금은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라 찾기 어렵다.

수많은 산들을 거느리고 금강을 내려 보는 괴화산, 금강을 따라 올라와 많은 문명을 배워가던 왜인들이 쉬어 갔다는 괴화산,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숲에 둘러싸일 것 같다. 괴화산 꼭대기에는 무너진 돌무더기가 둥그렇게 방치되어, 쓰레기더미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신들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통로
신들이 인간들의 소원을 듣고
인간들이 신의 계시를 듣는

돌탑이었다, 옛날에는 인간들의 그 둘레에 모여서 하늘에 원하는 것을 말하고, 하능리 들려주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그 돌탑이 지금은 무너져 방치되어 있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된 세상에, 누가 산신을 믿기나 하나.”

언제 올라 왔는지 돌탑 주변을 돌던 등산객 하나가 영문 모르는 말을 하며 하늘을 바라보는데,

“어쩌면 산신령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강 건너 전월산이 보인다. 이런 전설이 생각났다.
전월산 꼭대기에 버드나무 하나 자라는데, 그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 괴화산 자락의 여인들이 바람난단다.

원래 버드나무 가지는 실바람만 불어도 흔들거린다. 그래서 괴화산 자락에 사는 아낙네들은 항상 바람이 난다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어 듣기 거북한 전설이다. 그런데도 괴화산에는 그런 전설을 반박하거나 하는 전설이 없다.

대신에 괴화산에는 많은 금이 묻혀있다는 전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옛날에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인 신라에게 백제가 망하자, 백제 사람들은 사비성을 떠나야 했다. 그때 괴화산에 숨어산 유민 하나가 있었다. 당나라에 오가며 장사하여 많은 재물을 모았기에, 신라 사람들이

“돈을 바치면 살려 주겠다.”

재산을 바치면 살려주고 벼슬도 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외세를 끌어들여 조국을 망친 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주 근처에 자리를 잡았으나

“이곳으로 피신하셨습니까?”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공주를 떠나 살 곳을 찾아다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이로구나.”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괴화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가져온 금덩어리들을 땅에 묻고 남은 금덩이를 하인들에게 나누어 주며

“각자 살고 싶은 곳으로 떠나거라.”

해방시켜 주었다. 그러면 모두가 기뻐하며 서둘러 떠날 법도 한데, 한 사람도 떠나지 않고 서성거렸다. 그러다 하인 하나가 받은 금덩이를 내놓으며

“저는 주인님과 같이 살겠습니다.”

떠나지 않겠단다. 그러자 쭈뼛거리던 다른 하인들도 금덩이를 내밀며 같이 살겠다며 눈물을 흘린다. 바로 그때였다. 사비성에 남아있던 하인이 달려오며

“주인님에게 현상금이 붙었습니다.”

신라가 체포하라는 명을 내렸단다. 그 말을 들은 유민은

“나라를 잃으니 몸 둘 곳이 없구나.”

망국의 한을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본 하인들이

“이럴 때 주인의 은혜를 갚읍시다.”

주인을 보호며 같이 살자고 맹세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며 같이 살았다. 가끔 신라의 군사들이 찾아와 주인을 찾았으나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금을 내다 팔았고, 풍년이 들면 다시 사서 묻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으나, 인명은 재천이라, 하나 둘 죽더니, 결국에는 모두 죽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누구 하나도

“어디에 금덩이를 묻었다.”

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많은 금덩이가 어디에 묻혀있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길재에 올라서면, 밤에도 괴화산이 환하단다. 그곳에 묻힌 금 때문이라는데, 얼마나 많은 금이 어디에 묻힌 지를 아는 사람은 없단다. 또 찾으려는 사람도 없단다.

다만, 괴화산 자락에 살면 누구나

“금덩이 같은 아이를 얻을 수 있단다.”

그런 말이 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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