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무형문화재 지정조사 의견서 엉터리 작성 이어 연구용역 결과도 부실투성이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가 2017년 세종호수공원에서 개최했던 낙화행사 모습.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가 2017년 세종호수공원에서 개최했던 낙화행사 모습.

세종시가 사찰 전승 낙화(落火)의 무형문화재 지정 문제를 놓고 총체적 행정 난맥상을 드러내 불교 낙화의 맥이 끊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문화재위원들과 전문위원이 2016년 진행한 지역 사찰 전승 낙화 무형문화재 지정조사 의견서가 엉터리로 작성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시가 외부 기관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낙화 역사 고증 학술연구 용역 보고서도 크게 부실해 시 문화재 행정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 불교 낙화는 장군면 영평사 주지 환성스님과 부강면 광제사 주지 원행 스님에 의해 전승돼 오면서 역사성, 제작방법 등 측면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성스님은 1975년 서산 부석사에서 시작해 1987년 영평사를 창건한 이후 지속적으로 낙화 행사를 가져왔으며 원행스님도 2006년부터 매년 1~2회 낙화행사를 개최해 전승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환성스님은 1975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수행한 노스님으로부터 낙화제작기술이 수록돼 있는 진언집을 건네받고 낙화를 전승해 왔으며 원행스님은 2006년 환성스님으로부터 낙화를 전수한 것이다.
 
문헌기록으로 제작기술이 전승돼 오고 있는 것은 전국 10여 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낙화 중 영평사·광제사 낙화가 유일하다.
 
영평사·광제사 낙화는 제작기술이 문헌으로 전승돼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동안 매년 행사로 이어지고 제작기술도 전수자에게 전해져 무형문화재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성스님과 원행스님은 2016년 영평사·광제사 낙화를 세종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시에 신청했으나 심의 결과 부결 처리된 상황이다.
 
석대권 대전보건대 명예교수, 최종호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등 세종시 문화재위원과 김효경 세종시 문화재전문위원이 작성한 당시 지정조사 의견서는 오류투성이인데다 내용 왜곡도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을 받는다.
 
지정조사 위원들은 당시 신청자들로부터 낙화 관련 자료와 사진을 충분하게 제출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지정조사 의견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으며 실제 의견서상 내용 왜곡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정조사 참여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은 의견서를 통해 영평사·광제사 낙화와 관련, ▲사찰 관련성 및 사찰 행사의 민간화가 예상되기는 하나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비의(秘儀)로 거행되어 소규모일 가능성이 농후해 무형문화재 지정에 많은 검증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혀 실제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정조사 참여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은 ▲영평사·광제사 낙화의 세종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으며 ▲진언집 중에서 낙화 제작기술을 수록한 쪽과 다른 쪽의 종이 질이 다르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이다.
 
우선, 의견서 내용 중 영평사·광제사 낙화와 관련해 사찰 관련성의 근거가 없다는 부분은 불교 진언집에 수록된 낙화 제작기술의 사찰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어서 중대한 사실 왜곡에 해당한다. 1900년대 초 일본인이 한국 사찰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더라도 한쪽에는 연등이 달려 있고 다른 한 쪽에는 낙화가 달려 있는 모습이 나온다.
 
불교 비의이기 때문에 무형문화재 지정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 내용 역시 왜곡된 것이다. 충남도가 도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단잡기의 경우 신앙적 요소를 지닌 것이다.
 
영평사·광제사 낙화의 세종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세종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도 향토성과 관련 없이 기능과 내용이 뛰어나면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판소리다.
 
현행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은 원형 유지가 아닌 전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삼는다. 무형문화재가 사람과 지역을 따라 이동하는 만큼 창조적 전승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국가무형문화재 북청사자놀음, 봉산탈춤 등은 북한 지역에서 전승돼 오던 것들이다.
 
최근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있어서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 무형문화재 지정권자가 무형문화재를 전승하고 자원화하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언집의 지질이 다르다는 주장은 완전히 엉터리 내용이라고 원행스님은 반박한다.
 
해당 진언집에 대해 서지학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낙화 제작기술을 기술한 쪽과 나머지 쪽의 종이가 동일하며 한 번도 보수한 적이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는 것이 원행스님의 말이다.
 
원행스님은 지정조사 의견서의 내용 왜곡과 관련, 2017년 9월 반박 자료를 세종시에 제출하고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의 답변을 요청했으나 오탈자 수준의 오류만 인정했을 뿐이다.
 
뉴스세종·충청 취재에서 지정조사 참여 위원도 오탈자 수준의 오류뿐이라고 강변했으며 세종시 관계자도 그대로 답변을 옮겨, 세종시 무형문화재 지정 절차의 난맥상과 문화재위원들의 전문성 결여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정조사 위원으로 참여했던 석대권 교수와 김효경 전문위원은 무형문화재의 역사성과 전통성결여를 이유로 영평사·광제사 낙화 세종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반대했으며 최종호 교수는 지정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시가 영평사·광제사 낙화와, 2016년 지정 신청 당시 보류 결정된 부강면 등곡리 낙화 고증을 위해 학술연구용역을 실시, 최근 발표한 내용 역시 부실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수행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영평사·광제사 낙화의 장점으로 사찰 낙화 제작방법의 전통 보유를 꼽았으며 단점으로 분석한 것은 세종시와의 연결성 부족, 소규모 행사, 홍보부족, 외부 접근성 부족 등이다.
 
이번 연구 용역 보고서는 영평사·광제사 낙화와 관련, 무형 문화 자원으로 선점을 위해 세종시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세종시 무형문화재 지정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부실 논란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당시 영평사·광제사 낙화 세종시 무형문화재 지정조사에 참여하고 엉터리 의견서를 제출했던 장본인들인 석대권 교수와 최종호 교수, 김효경 전문위원 등 3명 모두 이번 낙화 역사 고증 학술연구 용역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연구용역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결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 용역에서 영평사·광제사 낙화의 제작방법 전통 보유를 인정하고 무형 문화 자원 육성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도 무형문화재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은 지정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석대권 교수와 김효경 전문위원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과 무관치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해당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이 이번 연구용역 자문위원으로 참여토록 한 것은 세종시였던 것으로 알려져 적절성 논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엉터리 지정조사 의견서를 작성했던 장본인들을 연구용역의 방향 제시 역할을 담당하는 자문위원으로 집어넣은 것은 부적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상당히 의도적인 것으로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낙화 역사 고증 학술연구 용역 중간보고회와 최종보고회는 매우 이례적으로, 2차례씩 열렸으며 중간보고회와 최종보고회 1차례씩은 자문위원들만을 대상으로 열렸던 것으로 전해져 이 부분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중간보고회와 최종보고회에 불교 낙화 무형문화재 지정에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던 최종호 교수는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의 진위 여부와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해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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