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원리 119지역대 사무실 이용 놓고 세종시와 ‘마찰’

▲(구)원리 119 지구대 건물에 세종시의용소방동우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구)원리 119 지구대 건물에 세종시의용소방동우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관창들고 불구덩이 뛰어들어 화재 진압했더니, 이젠 늙어 필요없다고 사무실 빼고 꺼지라네!
우리는 이 건물을 ‘의용소방대역사 홍보관’으로 자라나는 세대에 ‘산교육장’으로 사용하길 원한다!!

조치원에 위치한 (구) 원리 119지역대 건물에 ‘세종시의용소방동우회’ 명의로 내걸린 현수막이다.

세종시의용소방동우회(회장 이종웅, 동우회)는 연기군 시절부터 의용소방대에서 20~30년씩 재직했던 역대 대장과 대원들로 구성된 민간단체로 과거에는 최일선에서 화재진압 작전을 펼쳤던 전직 의용소방대원들로 3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우회는 해당 건물을 조치원의용소방대(의소대)와 같이 이용했는데 이젠 일언반구없이 나가라고 한다며 현수막을 통해 이와 같은 홀대에 대한 불만과 서운함을 나타냈다고 주장한다.

세종시는 원리 119 지역대가 으뜸길 235(구 역전파출소)로 신축 이전함에 따라 현 위치에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연면적 250㎡(75평) 2층 규모의 공공상생협력 상가를 짓는다는 계획으로, 동우회의 별도의 사무 공간 요구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사전에 (세종소방본부, 의소대, 동우회) 조율이 이뤄져야 할 문제임에도 이제 와서 새로 건물을 지워 나가는 상황에서 의소대 관련 단체가 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이전과 관련해 2017년 청춘프로젝트 나눔회의에서 논의가 있었고 (내용도) 공개됐다”며 “또 국토부 뉴딜재생사업의 공모에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는데 사업 성격에 (무관하게)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소방본부는 17일 준공식을 갖은 원리 119지역대 신축 청사내 마련된 다목적실과 나눔실을 의소대 등과 같이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반면 동우회측은 어느 누구도 자신들과 제대로 된 상의없이 내보내려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동우회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우리와 협의가 있었으면 이해는 하겠다”며 “특히 이 건물은 의소대원들이 오랜 기간 화재 등 재난사고에 대응해 출동하며 땀을 흘렸던 곳으로 역사성과 그 의미가 우리에겐 남다르다. 그냥 이대로 사라지면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시와 동우회는 이달에 두차례 만남을 가졌다.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한 1차 회의에 이어 지난주에 가진 2차 회의에선 시에서 의소대 사진이나 물품을 전시할 수 있는 일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진전된 의견을 제시했다.

동우회는 일부 이견도 있지만 의소대의 활동과 역사를 알릴 수 있다면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소방동우회가 자신들의 생각이 담긴 글을 A4 용지에 적어 건물에 붙여 놨다.
▲세종시소방동우회가 자신들의 생각이 담긴 글을 A4 용지에 적어 건물에 붙여 놨다.

구) 원리 119 소방대 건물 입구에는 현수막과 함께 A4 용지 두장이 붙어 있다.

“한때는 지역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은 단 두명 뿐이고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점포에서 장사하던, 논밭에서 일하던 의용소방대원들이 달려나와 불구덩이속으로 관창을 들고 뛰어들어 화재진압에 나섰다.
~ 그들이 지금의 ‘세종시 의용소방 동우회원’들이다. 그들이 정기적으로 가끔 모여 잠시 쉬어가는 안식처와 같은 사무실이 사라지게 됐다.
한때는 ‘아버지’ 같이 존경받던 대원들이 이제는 ‘머슴’ 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말을 맺었다.

사실 시의 입장에선 수많은 단체들이 사무실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번 사례가 선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해당 사업 성격에 적합지 않은 단체에게 사무공간을 제공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해당 장소의 활용과 의미에 대해 꼼꼼히 챙겨 이해를 구했다면 그들 스스로를 ‘머슴’이라고 지칭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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