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독락정 석불’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임대수 열사의 공덕비를 열심히 읽던 학생 하나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떵떵 거린다면서요.”

옆에서 부동자세로 공적비를 응시하는 선생님에게 묻는다. 선생님이 고개를 돌려 학생을 보는데 씁쓸한 표정이다.

“어느 일간지가 독립운동가의 후손 115명의 수입을 조사했더니 200만원 미만이 43.0%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미만이 20.9%, 50만원 미만이 10.3%였단다.”

선생은 신문에 난 기사를 학생에게 설명하더니. 독락정 뒤로 돌아가는데 외로워보였다.

“혹시. 의병장의 후손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뒤따라 가다가 ‘나성석불’이라는 돌부처를 발견했다.

그 옆의 안내판에는 이 석불은 목에 삼도三道가 그어진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이다.
설에 의하면 임난수 장군께서 먼 서역에서 석불을 가지고 와서, 겨드랑이에 끼고 금강을 뛰어 건너다 쇠나막신 한 쪽을 물속에 빠뜨렸다. 그것을 찾으려고 강 양쪽에 석불을 세워 놓았는데, 건너편 석불은 홍수로 떠내려가고 나성리 석불만 남았다

간단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연기군지’를 찾아보았더니 이런 전설이 있다.

옛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여 재산도 많이 모아 부러운 것 없이 살았다. 그러나

“자식 하나만 있어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텐데.”

슬하에 자식이 없어, 그것을 탄식하며 사는데, 하루는 허름한 노인이 찾아와서 먹을 것 좀 달래는데 몇 끼나 굶은 것 같았다. 할머니가 불쌍하다며 밥을 배불리 대접하고 노자까지 주어 보냈더니, 사립문을 열고 나가려던 노인이

“자식 하나 점지해 드릴까요!”

노부부에게 자식을 갖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은가. 노부부가 깜짝 놀라서 바라보는데

“석불에 백일기도를 드리세요.”

독락정 뒤편의 석불에 제물을 바치고 기도하라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할아버지가 허겁지겁 뒤따라가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날부터 부부는 석불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정성껏 기도했다. 백일이 된 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비나이다. 비나이다. 아이 하나 점지해 주세요.”

열심히 빌었다. 어찌나 열심인지 빌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정성이 갸륵하구나. 알았도다.”

꿈에 나타난 부처님이 알았다며 빙그레 웃으시더니

“또 소원이 있거든 찾아 오거라.”

다른 소원도 들어주시겠다는 말을 하고 서쪽 하늘로 올라가셨다. 그 후로 할머니의 배가 불러 오르더니 드디어 애를 낳았다. 태어난 아들이 자라 나라를 지키는 전쟁터에 나갔는데, 부처님의 은덕인지 다치는 일 없이 크나큰 공을 세웠다.

덕택에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자리에 눕고 말았다.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었으나, 효성이 지극한 아들은 용하다는 의사들을 모셔왔으나 좋아 지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죽어도 한이 없다면서도, 문제가 있거든 찾아오라던 부처님 말씀이 생각나 아들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은 석불을 찾아가 삼칠일을 기도했다.

그러자 “송원이 고산에 있는 바위 밑의 더덕을 캐다 드려라.”

꿈에 나타난 부처님이 건강해지는 법을 알려주었고, 아들이 꿈에 들은 대로 하여 할아버지가 건강해졌다. 그것이 소문나자 이웃 마을에 사는 욕심쟁이도 석불 앞에 제물을 차리고

“어머니 약값에 쓰게 돈 좀 주세요.”

눈물까지 흘리며 기도했다. 불효막심하기로 소문난 아들이었으나, 부처님의 아량이 넓으셔서 그러셨는지, 욕심쟁이의 꿈에 나타나

“원하는 돈을 줄 테니 잘 써라.”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

놀란 불효자가 눈을 떠보니, 석불 앞에 돈 꾸러미가 놓여있지 않은가.

불효자는 그것을 보자마자 술집으로 달려가더니, 그때부터 노래하고 춤추며 놀아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 종일 술을 마시고 돈을 치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뭔가 뭉클했다.

이상하다며 꺼내보았더니, 돈이 아니라 또아리를 친 뱀이었다. 내동댕이치고 다시 꺼내보아도 뱀이었다.
놀라서 집에 달려가 숨겨둔 궤짝을 열어 보았더니, 그 안에도 뱀만 우글거렸다.

“마음이 불량하면 복이 들어와도 복이 아니지.”

어디선가 알쏭달쏭한 말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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