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20세기 후반의 가장 악명 높은 권위주의 체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칠레의 ‘아우구스티누수 피노첸트’ 정권(1973~1990)은, 군부쿠데타에 이은 집권과 정치적 탄압을 통해 안정적인 민주주의 전통을 파괴하고 후속 세대에 갈등과 분열의 미래를 안겨주었다.

피노첸트 장군은 철권통치로 반대자들을 양산해낸 반면, 1970년대에 일찍 도입한 신자유주의 정책과 경제 실적의 호조 때문에 국내외 기업계의 지지를 받았다.

퇴임 후에도 육군 총사령관과 면책특권이 보장된 종신 상원의원직을 유지한 피노첸트가, 집권기의 인권유린 혐의로 1998년 런던에서 연행된 뒤 우여곡절 끝에 500여일 만에 칠레로 귀국했을 때,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던 두 집단의 대조적인 모습은 칠레 사회가 겪어야 할 숱한 논란과 갈등을 예증하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 역시, 군부독재가 남긴 내분과 갈등의 유산 탓에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어.”
“미화할 수 없는 기원의 정당성 결여를 업적의 정당성으로 덮어쓰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마땅할 테고마…”

“군부독재의 지지자들은 그 시대를 성취한 보람의 역사로 찬양해 마지않아.”
“기러나, 그 이면에는 민주적 절차와 내용의 파괴뿐 아니라 반대자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와 낙인찍기가 있어.”
“대다수 생산계층에 대한 일방적 희생, 강요와 탈취, 고통, 좌절의 역사가 존재했제.”
“독재정권이 주도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부정과 반칙의 선별적 용인과 향후 한국적 삶의 문법이 된 기회주의적 보신이 자리 잡았어.”
“또, 독재정권은 불공정한 국정 운영, 강압과 동의의 교묘한 결합을 요했제.”
“정말, 교묘한 수법이었어.”

“무관심한, 실은 권력자들을 반대할 의사가 별로 없는 대중을 양산했제.”
“불공정한 역사가 득세했다고 봐야 해.”
“기래서 국론이 분열되는 단초가 된 셈이제.”
“이들은 민주화시대에 전개된 변화와, 그 과정에 수반된 혼란에 대해 우려와 불안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반면, 기토록 혐오하는 북녘의 체제와, 외견상 별 차이 없는 옛 철권통치 시대를 전폭 찬양하곤 하제.”
“답답해!”
“답답한 가운데,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 할 수 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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