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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세종에 살리라…‘장승배기’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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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5  12: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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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부용마을 어귀에는 150년이나 살았다는 은행나무가 서있다.
마을 사람들이 은행 나무아래에 앉아서 부용을 장승배기라고도 부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언뜻 들으면 은행나무와 관계없는 것으로 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마을을 수호한다는 면에서 둘은 같은 역할을 한다. 둘 다 마을의 번영을 비는 사람들의 뜻을 신에게 전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신들을 두려워하고 숭배한다. 그 중에서도 하늘에 산다는 천신을 특별히 숭배했다. 폭풍이 불고 가뭄이 드는 것은 물론 풍년이나 흉년도 천신의 조화로 여겼다.

그래서 자신들과 비교가 안 되는 신의 능력으로 길흉화복을 조절해야 한다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장승이나 솟대와 같은 주물에게 빌었다. 주물이 그 소원을 신에게 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원이 이루어지면 신이 해결해준 것으로 믿고 감사한다. 그런데 신이 어떻게 사람들의 소원을 알았을까 인데, 그것은 새들이 전해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마을 어귀의 장승이나 솟대가 듣고 신들에게 전한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를 보면 사람들의 소원을 들으러 왔거나, 신의 뜻을 전하러 온 것이라며 반겼다. 그러다 사람들은

“새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찾아오게 하자.”

좀 더 적극적으로 신에게 뜻을 전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고목이나 바위, 장승이나 솟대, 혹은 돌탑 같은 곳에 새들이 좋아하는 것을 차리고 소원을 비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러면 먹이를 찾아왔던 새들이 자신들의 소원을 듣고 신들에게 전할 것으로 믿었다.

나중에는 아예 오리 까치 따오기 같은 새를 조각하여 장대에 올려놓는 솟대를 세우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면 솟대의 새들이 그것을 신들에게 전한다고 믿었다. 신들의 환심을 사겠다며 방울이나 북을 매달기도 했다.

그러다 돌이나 나무에 엄숙한 사람의 얼굴을 새긴 장승을 세우는 방법도 생각해냈다.
남자의 얼굴을 새긴 ‘천하대장군’과 여자를 새긴 ‘지하여장군’을 길가에 세우고 소원을 빈다. 솟대에는 음양의 구별이 없는데, 장승을 남녀로 구별하는 것은 음양의 조화를 믿는 인간들의 지혜다.

삼라만상의 음과 양이 합해야 새로는 생명을 잉태하듯이, 장승도 음양이 짝을 이루어야 사람들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들은 신을 조정하려 한다.

일본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늘을 다스리는 신이 천하를 내려다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뭔가를 만들어 보라며 남매 신을 내려 보냈는데, 남매는 음과 양이 어떻게 다른지도 몰라, 남신이 여신에게

“너의 몸은 어떻게 생겼는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동생이 자기 몸을 살펴본 후에

“다 완성되었는데, 한 곳이 모자라네요, 오빠.”

한 곳이 부족하다며 배꼽 아래를 가리켰다. 그것을 본 남신이 자신의 몸을 살핀 후에

“나의 몸은 한 군데가 남는다.”

라고 답했다. 그리고 두 남매신은 서로의 몸을 살펴본 후에

“남는 것으로 모자란 곳을 채우면 되겠다.”

두 남매가 상의하여 모자란 곳을 남는 것으로 채웠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남녀신의 혼인이 이루어졌고, 그 혼인으로 신과 인간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혼인담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비슷한 이야기가 전한다.
이런 전설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늘이 화가 나서 비를 내리는데, 그치지 않고 3년이나 내려,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세상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만 남았다.

그동안 높은 곳을 찾아 피난하던 신과 인간은 물론 산짐승 들짐승들도 다 빠져죽고 남매만 살아남았다. 그때서야 비가 그치고 해가 뜨고 달과 별도 모습을 보였다.

살아남은 남매는 열심히 일하여 부족한 것 없이 살았으나 혼인할 짝이 없어 30살이 넘어서도 처녀 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늘을 돌던 해가 번쩍거리며

“너희들끼리 혼인을 하도록 하라.”

남매에게 혼인할 것을 명했고, 남매는 그 뜻에 따라 혼인을 하여 많은 자식을 낳았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인류의 조상이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태양을 숭배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며 태양을 향해 빌고, 새들이 그것을 듣고 전한단다.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며 비가 내리게 해달라고 빌고, 장마가 계속되면 비가 그치게 해달라며‘기청제’를 지낸다. 맑은 날이 계속되면 흐린 날이 오고, 비가 내려다보면 언젠가는 그치게 되어 있다. 그런 자연 현상이 인간의 뜻에 따라 일어나면

“신이 우리의 뜻을 받아들였다.”

신이 인간의 뜻을 수용했다며 노래하고 춤춘다. 거목이나 바위, 돌탑이나 장승과 같은 주물에 제물을 바치는 의례를 거행한다. 그래야 신들이 계속해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제사 의례를 마치면 제물을 나누어 먹으며 신들의 기를 받으려 한다.

그런 사람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천신이 새들을 불러 모아

부지런한 자와 게으른 자를 구분하라
화합하는 자와 불화하는 자를 가려라

복을 내려야 하는 경우와 화를 내려야 하는 경우를 판단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장승배기는 장승박이라고도 하는 데, 그런 이름의 마을은 곳곳에 산재한다.

사람의 형상을 한 장승은 마을 어귀에 서서 마을 사람은 물론 그 앞을 지나가는 자들에게도 복을 나누어 주려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그런데 오만한 인간들은 솟대나 장승에게 오줌을 누기도 한다. 동티날 일이다. 동티란 바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먼 훗날에 후손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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