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기렇게 산중으로 시골길을 올라가면 별이 보였제. 멀리 기찻소리와 밤새 우는 소리, 구름 흐르는 소리와 별이 지는 소리가 들렸고마…” 

봉준이는 최근 보폭(步幅)을 넓히고 있다.
노동자 인권과 교육을 위해 기금을 모으며 사기 진작에 힘을 보태고 있다.

봉준이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시장이 국가를 압도하고, 경제가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계화가 민주주의의 덫이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런 과정에서 양극화라는 사회경제적 지진에 이어, 극우주의라는 정치적 지진이 엄습한다는 것이다.

봉준이의 예견은 안타깝게도 놀라울 정도로 적중하고 있다. 인간을 더럽히는 것들에 대한 우려, 삶에 배어 있는 인간다움을 찾아내는 주의 깊은 시선을 느끼게 하는 봉준이다.

불행한 인간에 대한 호기심만 왕성한 사회에서, 주의 깊고 절도 있는 봉준이의 행동에서 인간다움을 찾아냈다. 휴머니스트, 세계주의자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다른 동물들이 잡아먹고 남은 시체나 뜯어먹고 살던 인류가, 전 지구를 장악한 종(種)이 된 연유는 뭐꼬?”
봉준이의 뜬금없는 물음은 당혹스럽게 한다.
“글쎄…”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유전자의 진화를 통해 자연에 적응해가는 게 아이라, 문명과 문화의 누적을 통해 자연을 통제했기 때문이제.”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지식을 남기고, 이 지식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퍼져나감으로써 문명은 발전했어.”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에서 시작해 베를린장벽의 붕괴까지 수백만년의 인류사를 교류라는 열쇳말로 정의할 수 있제.”

그래서 봉준이는 흥미롭다. 한때, 생물교사로 전국을 누비며 틈틈이 곤충채집과 관찰한 내용을 꼼꼼이 기록하기도 했다.  
 
“의미심장한데.”
“교류로 인한 파국도 있었제.”
“야, 교류는 뭐고, 파국은 뭐야.”
“대체로 한 문명권은 그곳에서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 방책을 가졌고마.”

“무슨 방책?”
“기러나 14세기에 발병한 페스트는 유럽 전역을 거침없이 휩쓸었제.”
“문명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병균도 퍼져나갔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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