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우리는 길고 짧고, 좋고 나쁘다는 대립적 생각으로 나 아닌 것은 쳐내려고 애쓰면서 살고 있잖노.”
“아버지는 세계평화나 남북통일도 마찬가지라고 하셨어.”
“대립적 관념으로 보니까 처단해야 할 대상이 있는 것이고마…”
“남들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는 사람을 영웅이라고 불러.”
“고개를 들면, 죽는데이!”
“…”

인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번의 여행을 떠나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어리석다.

“‘정치든, 경제든 사람을 대상화 하면 안 된다’ 하셨제.”
“우리가 널 다스린다, 널 채용한다가 아니라, 함께한다고 봐야 할 거야.”

찰스 다윈, 헨리 포드, 에이브러햄 링컨, 알렉산더, 마리퀴리, 라이트형제, 모차르트… 우리가 아는 모든 영웅들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들어 올린 한발, 한발 이 새로운 길이 되었다.

봉준이와 나는 사사건건 의견 대립은 있었으나 상대방의 성품에 경외심을 품기도 한 미묘한 관계였다. 한때 바른 소리 잘 하기로 유명했던 봉준이다. 들여다보니 남에게 바른 소리 할 만큼 청정한가 싶기도 하다.

“모두가 다 주인공이제.”
“서로가 어우러졌을 때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해지는 거야.”
“모내기가 한창이던 5월이었제… 내 살던, 칠곡에서 못밥을 이고 가던 처녀를 만났제, 그때 자동차 속도는 시속 10km 정도였고마.”

“봄, 모내기철?”
“기래, 밥 소쿠리를 머리에 인 처녀의 윗도리가 올라가 살이 다 드러났제…”
“꼴깍…”
“내는 꼴깍, 침을 삼키며 경적을 크게 울렸고마.”
“뭐라!”
“큰 소리로, 아가씨! 배꼽!”
“그래서!”

“눈이 마주친 처녀가, ‘에구머니!’ 하고 손을 내렸제.”
“그리고?”
“손을 내렸고, 소쿠리에 있던 그릇들이 와장창 다 깨졌다 아이가.”
“하! 하! 짓궂고, 인간적인 시골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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