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천

민중이 왜 저항하지 않고 끊임없이 독재와 파시즘의 출현을 허락하는가.

민중은 심지어 자발적으로 굴종을 택하기도 한다. ‘원인은 습관에 있다’고 본다.
독재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한 번도 자유를 누려보지 못한 사람은 자유가 없는 상황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또, 자유를 오랫동안 잃으면서 자유에 대한 의지나 저항하는 용기도 사라진다. 현실을 피해 달아나지 않으려면 맞춰서 살 수 밖에 없다.

비굴의 시작이다. 독재자는 이 틈을 타, 아예 백성을 바보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아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군부정권 때의 3S로, 성, 스포츠, 영화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독재자가 가진 재화에 굴복해 그들의 품에 안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선물은 백성에게서 탈취한 것을 일부 돌려주는 것뿐임에도 호의로 착각하는 것이다.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
“자유를 한번이라도 누려본 사람은 달라요.”
“폭군의 지배가 장기화돼 세상에서 자유를 찾아볼 수 없을 때조차,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해.”
“그래요. 자유를 상상하고 그 시절을 회복하려는 인물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봐요.”
“이들이 역사를 주도했고 결국 세상을 바꿨어.”
“아무리 잘 포장해서 꼬드겨도 굴종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폭군은 자신의 치하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자유까지 박탈한다는 것을 알아서다. 아버지는 독재자에게 접근하는 행위를 자유로부터 멀어지는 행위로 규정했다.

독재자의 즐거움에서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야 하며, 독재자의 뜻을 살피고 생각을 알아내는 데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점에서였다.

‘독재자의 하수인들이 백성들에게 행한 짓들에 대한 대가로 받게 되는 욕설, 저주는 다음 세대가 와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심판은 하늘에 맡기고, 우리는 명예롭게 올바로 처신해 진정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살자’고 거듭 역설했다. 그 사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삶에 충실하고, 그 정직성에 직면해야 한다.”
“우리는 삶을 양보해요.”
“부모가 시키는 대로하고, 국가의 명령에 따른다. 하지만 시스템에 복종하지 말고, 끈덕지게 삶을 추구해야 해! 그때 일상 속에 빛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야!”
“제도 예술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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