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고 열 살쯤에는 ‘이노마 콧수염 난 거 보이 마이 컸나. 아이고 얼메나 컸나 좀 보자’며, 어떤 액션을 취하려 하셔서 병법의 삼십육계 줄행랑을 스스로 치게 해주셨고마.”

“하! 하! 눈에 선하다.”
“난 풍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였는기라.”
“얼마나 좋아했길래.”
“내 용돈이 생기면 과자보다 먼저 풍선을 샀제.”

“그리고?”
“달이나 태양도 풍선일 거라고, 풍선이 아니고서는 저 멀고 높은 곳에 떠다닐 수 없는 거라 싶어제.”
“하! 하! 그렇게 굳게 믿었단 말이지.”

“동물원에 처음 갔을 땐 빨간 풍선을 하나 샀제.”
“그래서?”
“풍선을 실에 매달고 다니면서 홍학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제.”
“하, 참.”
“실이 끊어져 도망가 버린 풍선은 늙은 당나귀가 가지고 놀다가 터트려버렸제.”
“풍선은 거미가 줄을 매달고 노니는 것처럼 실로 매달고 있어야 풍선이지.”
“기래, 손에서 한번 떠나면 가시에 찔려 터져버리제.”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물건이렸다!”
“애지중지 풍선을 꽉 쥔 손바닥에선 땀이 송송 맺혔제.”
“그렇게까지?”
“응. 내 작은 손엔 늘 풍선실이 감겨있었제.”
“달아날까 안간 힘을 썼을테고.”
“기래서 손바닥은 소금땀 염전이었고마.”

“나도 기억나는 데, 초미니 납작 만화책이 별책부록으로 들어 있는 풍선껌이 있었어.”
“기래, 학교 앞 점방에서 주로 놓고 파는 물건이었제.”
“인기가 짱이었어.”

“잘근 잘근 씹으면 단물이 나고 이어서 풍선을 이따만 하게 불었제.”
“풍선껌이 눈앞에서 팍 터지면 껌은 콧등에 달라붙었어.”
“기걸 또 걷어다가 입에 넣었제.”
“하! 하! 그랬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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