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무렵, 추수를 앞둔 황금 들판에는 메뚜기가 후둑후둑 튀었제, 그 메뚜기를 잡아 기름과 소금에 볶아 먹으면…”
“별미였겠어, 꼴깍, 침 넘어간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릴레이는 인기 있는 종목이었제.”
“맞아 릴레이는 실력보다 승부를 결정하는 일이 종종있어.”
“잘 뛰는 것 못지않게, 바통을 잘 념겨야하기 때문이제.”
“바통이 다른 손으로 넘어가면, 역전되는 일도 자주 있어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곤 했제.”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통 대신, 머리통을 받아 달려야 하는 인생이라는 릴레이라면 어떨까?”
“…”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고, 아버지가 가던 길로 달리기 싫다고, 목에서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줘 버릴 수도 없는 머리통!”
“우짜노?”

“그나저나, 니 시골 명절 얘기나 해보자.”
  “음, 전 궁민의 수강신청인 열차표 예매가 시작될 끼고.”
“현실적으로 부모님 용돈은 얼마를 드려야 적정 수준일까,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테고…하! 하!” 
“그리고 고모의 독설이 두려워지고마!”
“무슨 죄지은 거라도?”
“고모는 삼촌, 큰아버지, 큰어머니, 작은 엄마, 작은아버지, 고모부 등등이제.”
“재밌네.”

“고모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어려운 인생의 숙제를 던져주셨제.”
“무슨 숙젠데?”

“내 다섯 살 땐 ‘니, 읍내 다리 밑에서 주워 왔제’라는 독설로 날 울게 만들었고마.”
“그리고.”
“여섯 살 땐 ‘엄메가 좋노? 아베가 좋노?’라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안겨줬고마.”
“하! 하! 하!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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