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로(蛙利鷺)’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고려시대 의종(1146~1170) 임금이 하루는 단독으로 야행(夜行)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스럽게도 민가(民家)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을 했지만, 집주인(이규보)이 조금 더 가면 주막(酒幕)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여, 임금은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그 집(이규보)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임금을 궁금하게 하였다.

“唯我無蛙 人生之恨(유아무와 인생지한)”이라는 뜻이 즉,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 이로다.”라는 것은 임금으로서 어느 정도의 지식(智識)이 있었기에 알 수는 있었지만 개구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막에 들러 국밥을 한 그릇 시켜 먹으면서, 주모에게 이규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 본다.

그는 과거(科擧)에 낙방(落榜)하고 마을에도 잘 안 나오며, 집안에서 책만 읽으면서 살아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 궁금증이 발동(發動)한 임금은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서 사정하고 사정한 끝에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었다.

임금은 잠자리에 누웠지만 집 주인의 글 읽는 소리에 잠은 안 오고해서 말을 건네게 되었고 그렇게도 궁금히 여겼던 “唯我無蛙 人生之恨(유아무와 인생지한)”이란 글에 대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 하면은 왠지! 인생의 종막을 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까마귀라는 놈이 한 동네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내기를 하자고 한다.

바로 “3일 후에 백로를 심판으로 세우고 노래시합을 하자”는 것이었다. 꾀꼬리는 까마귀의 제의에 흔쾌히 승낙을 하였고 남은기간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래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에 있는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白鷺)한테 뇌물로 가져다주고 뒤를 부탁한 것이었다.

약속한 날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심판인 백로(白鷺)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국! 심판인 백로(白鷺)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꾀꼬리는 노래시합에서 까마귀에 패배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얼마 지나서 백로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 주고, 까마귀가 뒤를 봐 달라고 청탁하는 바람에 본인이 패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 후 꾀꼬리는 크게 낙심하고 실의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규보는 세상을 원망이라도 하듯이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라는 글을 대문 앞에 부쳐 놓았다고 한다.

이 글은 이규보가 임금한테 불의와 불법(不法)으로 뇌물을 갖다 바친 자에게만 과거 급제의 기회를 주어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比喩)해서 한 말이었는데 이때부터, 와이로(蛙利鷺)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개구리 와(蛙), 이로울 이(利), 백로 로(鷺))

즉, 백로에게는 개구리보다 더 나은 보약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이규보 자신(自身)이 생각해도, 그의 실력이나 지식은 어디에 내놔도 안 떨어지는데 과거를 보면 꼭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돈도 없고, 정승(政丞)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거를 보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와 같은 입장이지만, 까마귀가 백로(白鷺)한테 개구리를 상납한 것처럼 뒷거래를 하지 못하여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여 초야(草野)에 묻혀 살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후에 궁궐(宮闕)에 돌아온 임금은 즉시 임시 과거를 열 것을 명(命)하였다고 한다.

드디어 과거(科擧)를 보는 날이 되었다.
이규보도 뜰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시험관이 내 걸은 시제(詩題)가 바로 “唯我無蛙 人生之限” 이란 여덟 글자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이규보는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한 번 올리고 답을 적어 냄으로서 장원급제(壯元及第)하여 향후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후 약 872년이 지난 이 땅에서 뭔 자랑이라도 하듯이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한다.

글쎄! 우리 같은 참새들이 봉황의 큰 뜻을 어찌 알겠느냐만, 항상 봉황들과 실세라고 하는 놈들 때문에 이 나라가 시끄럽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분’에서 518명의 청탁대상자들이 적발된 것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강원랜드 뿐만이 아니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서 봉황이라는 놈들의 청탁으로 인한 서류 위조, 점수 조작 등 노골적인 범죄 행위가 특정인을 위해 수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아닌가!

그때 마다 많은 청년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합격통보 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은 극단적인 일까지 벌였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그렇다. 청년들이 머리끈 동여매고 전공(專攻)한 것들이 사회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론과 현실이 일치되지 않는 오늘날을 지켜보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도 구호만 요란하다가 용두사미(龍頭蛇尾)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된다.

6.13 지방 선거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줄을 잘서야 출세 한다는 고정관념~ 즉~ 짜고 치는 광대놀이를 더 이상 용납(容納)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봉황이라는 자(者)들과 실세(實勢)라는 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맛 집 찾다 탈나면 약(藥)은 있는데! 개구리(蛙)먹고 체(滯)하면 백약이 무효라!” 하더이다. 봉황들이여! 명심하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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