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편지를 주고받기 위해 뒤늦게 한글까지 배우셨는데, 그 후 아버지도 돌아가신다. 그는 남 원망을 안 한다. 모든 것을 자신 탓이라 여긴다.

초조해 하지 않고 기다리고 인내한다. 삶을 관조하지 말고 느끼라고 말한다. 행동하라고 말한다.

그는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교도소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한 무리 참새의 움직임을 소중히 여기며, 서러운 운명의 봉선화꽃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코 감성적이지 않다. 자유의지의 고결한 시민의 생각이 느껴지는, 우리의 슬프고 슬픈 역사를 갖게 한다.  
   
봉준이는 인생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과 그 시선을 실어 나르는 단호한 어조가 인상적이다. 그는 특유의 강건한 사투리로 인생을 적당히 살아가려는 이들의 뒤통수를 내리친다. 봉준이는 야생동물과 인간을 비교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혹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사는 야생동물들은 천수를 누릴 확률보다, 느닷없는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마.”
“왜 그럴까?”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얼어 죽거나 천적의 먹있감이 될 수도 있제.”
“인간의 손에 죽을 수도 있을 테고.”
“맞고마, 인간에 비하면 그렇게 죽을 위험성이 몇백배 이상일 수도 있제.”
“그래, 야생동물의 죽음이 불쌍해.”
“그러나 야생동물들의 죽음이 늙어 죽는 인간의 죽음보다 숭고하다고 말하제.”

“왜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는 1m도 움직일 수 없는 노쇠한 몸인기라.”
“물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
“투약과, 수술과, 방사능과, 간병으로 온갖 것에 의존해 간신히 이 세상에 붙들어두고 있는기라.”
“그래.”

“기런 자에게 무슨 감동을 느낄 수 있단 말이가.”
“그러기도해.”
“기건 벌써 오래전에 죽은 목숨아이가.”
“육신의 늙음은 인간의 숙명이다, 이말이지?”
“잘 알고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