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도시락 뚜껑을 열자마자 내 반찬 통에 먼저 들이대며 퍼먹던 친구놈도 생각나네요.”
“왁자지껄한 교실의 풍경, 짭짜름한 반찬 냄새였고마…”
“어떤 음식은 그저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정서와 풍경을 불러일으켜요.”
“밤늦은 시간,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깊이 묻어놓은 사연이 있어요.”

웃음이 매력적인 하림은 봉준이 기둥서방이다.
행복해 보이는 그들을 보니 입에는 군침이 돌고, 마음에는 온기가 어린다. 번화가 뒷골목에 있는 작은 밥집이자 술집인 심야식당이다.

“비좁은 이 술집의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고마.”
“특별한 메뉴판이 없어요.”

주인장이자 요리사인 하림은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준다.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은 소박하다. 문어모양, 소시지볶음, 계란말이, 간장버터밥 등이다. 잔잔함과 차분한 심야식당의 풍경이 잘 어우러진다.

봉준이에게 건배를 하자며 술잔을 부딪친다. 그는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노동가로 노동학계의 대부다. 그러나 그의 활동 반경은 아카데미의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초기의 참여연대에서 일치감치 경제민주화 운동을 벌인 시민운동가였다. 이러한 그의 이력을 고려할 때 한국 자본주의를 다시 논하는 것은 사실은 놀라울 일도 아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순을 신자유주의에서 찾으려하는 어느 진보학자들과 달리, 봉준이는 한국사회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고 지적하곤 했다. 대신 그는 개발연대에 고착화된 성장방식과 재벌 체제에서 문제를 찾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저격수’가 돌아왔다.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덕분에 그의 이름은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각 캠프의 영입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1980년대 이후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했으나,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못 내놓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넘어 다양한 경제학의 양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의 화두는 역시 ‘인간이란 무엇인가’였다. 그러나 그의 활동 반경은 아카데미의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그래 살을 맞대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구나.”

잠시 후, 하림이 술안주를 푸짐하게 들고 나온다. 

“명태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코다리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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