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간은 천엽과 함께 술안주로 배웠제.”
“익혀 먹어야 한다는 경고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생으로 먹제.”

“모르겠어. 나도 어지간히 먹어왔던 생간. 천엽은 꼬들꼬들하고 생간은 물컹거리지.”

“그 조합이 꽤나 어울리제. 닭 간도 많이 먹었제. 집에서 백숙을 하면 간은 아버지와 내 차지였제. 모래집은 물론 간과 작은 콩팥까지, 소금 툭 찍어 먹으면, 간 특유의 질감이 혀에 길게 묻제. 피 냄새 같은, 그래서 더 자극적인 그 맛이 아직도 혀에 있제.”

“종종 가던 닭 꼬치집에서 구이를, 딱 소금만 쳐서 구운 닭 간은 술안주로 제격이야.”
“게다가 기들은 내가 슬슬 취할 것 같다 싶으면 반드시 합심해서, 누군가 올 때 까지 내를 붙잡고 있었제.”

“누가 찾으러 오면 치킨집에 가봐라, 방금 전까지 순댓국집에 있었다, 제보도 신속했어.”
“취해서 내 갈끼예, 하고 일어나면, 가긴 어딜 가, 누구 올 때까지 여기 있어, 하고 몇 번이나 내 팔을 붙들곤 했제.”

“지금 보니, 아 그렇게 붙잡아준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살아있구나 싶지.”
“술이 내를 죽여 간만큼 술집 주인들이 살려낸 것이제.”
“참 구차하게 이어온 삶이구나.”

“앞으로는 구차한 목숨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야지 싶고마.”
“…”
“내가 닭 간을 먹자고 하면, 개먹이를 뺏어먹는 셈이 될끼고마.”
“간은 내가 먹고, 차라리 살코기를 건네주마.”
“하! 하! 하!”

그때 잠자코 있던 하림이 입을 열었다.

“멸치볶음, 계란말이, 콩자반…, 점심 도시락 단골손님 반찬 메뉴들이예요.” 
“…”
“저는 이 반찬들을 보면 푸른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한가득 반찬을 꾹꾹 눌러 담아주던 어머니가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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