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이는 소주 한잔을 따랐다. 고달픈 젊음을 살아왔고, 여자문제 또한 그리 순탄치 못했다.

“그래, 식당은 잘 되는가 봐.”
“기래, 제법 잘 되고마.”

봉준이는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한 쪽 눈을 찔끔했다.

“어떤노 저 여자.”

하림은 주방 쪽에 시선을 두고 있다.

“눈 높은 너이니까, 저런 미인하고 같이 만났겠지.”
“하하, 정말 미인으로 보이노?”
“그래, 임마.”

“애들 가르치던 일을 그만두고서는, 종종 가던 닭꼬치집에서 구이를 배웠제. 딱 소금만 쳐서 구운 닭 간은 술안주로 제격이제.”
“제법이야.”
“일본식으로 와사비를 발라먹어도 좋아.”
“유럽은 닭 간을 즐긴다고마.”
“그래?”

“돼지고기와 섞어 ‘파테’를 만들제. 고기 간 것과 섞은 후, 천천히 익혀서 차갑게 식혀 먹제.”
“흠, 하림씨는 파테라 들어봤어요?”
“프랑스군의 전투식량에도 들어갈 정도라잖아요.”
“이탈리아는 닭 간을 익혀서 곱게 갈아 빵에 발라먹는 걸 즐긴다고마.”
“너무도 싸고 평범한 재료이지만, 매력적인 맛을 낸대요.”
“오, 그래요?”
“푸아그라(거위나 오리 간)처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랑받는 요리예요.”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을 것 같아요.”

“억지로 먹여 부풀린 간도 아니니, 더 ‘윤리적’인 재료예요.”
“총각시절, 잘 가던 시장 쪽에 닭 내장 집이 있었제. 창자와 간, 암탉의 배속에 있던 미성숙란을 넣고 탕을 끓여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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