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칼럼
[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세종에 살리라…‘미호장군’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11  19:27:4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바다나 강을 다스리는 왕이 사는 집을 용궁이라고 하는데, 강이나 바다 밑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강물을 타고 흘러가다 도착하는 곳이나 배를 타고가다 이르는 섬에 있을 수도 있다. 

아주 먼 옛날에 물놀이를 좋아하는 수천이라는 신이 있었다. 당산 자락에 사는 그는 헤엄에 능하여 틈만 나면 미호천에서 나가서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대체 이 강물은 어디서 흘러오고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물이 오가는 곳이 궁금하다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더니, 충청북도 음성군에 있는 472미터의 망이산이었다.

수천이는 망이산 계곡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모이며 흘러가는 물길을 따라서 내려가는데, 진천의 백곡천이 합류하더니, 증평에서는 보광천이, 청주에서는 무심천이, 그리고 연기에서는 조천이 합류하여 미호천을 이루더니, 곧 합강리에서 금강과 합류한다.

“이왕에 길을 나섰으니 어디까지 가는지 따라가 보자.”

수천이는 미호천이 금강과 합류하여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고, 길게 누워서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았다. 수천이를 태운 강물이 공주 부여 서천을 거쳐 군산에 이르렀는데, 그곳은 푸르고 넓은 바다였다. 파도가 새로운 친구들을 환영한다며 일렁거리는 바다였다.

얼굴 위로 튀기는 바닷물이 짭짜름했으나 누워있기는 강물보다 수월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이고 바다에 몸을 맡기고, 뜨고 지는 해와 달을 바라보는데, 얼마나 많은 날이 흘렀는지, 등이 땅에 닿아서 일어서 보니, 해변에 선 여인들이 수군거리며 바라본다.  

“당산에 사는 수천이라 하오. 여기가 어디이고 당신들은 뉘시오.”

수천이가 다가가서 신분을 밝히며 물었더니, 여인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여자들이 사는 여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 보는데도 환영한다며 길을 안내한다. 수천이가 두리번거리며 따라가는데, 하늘에는 오색구름이 영롱하고 길 양편에는 꽃들이 만발하여, 마치 꿈길을 걷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소녀 하나가 긴 머리를 펄럭이며 달려오더니

“옥황상제님이 보내신 분을 정중히 모시랍니다.”

어찌 된 일인지, 여인국의 왕이 보냈다는 소녀는, 수천이를 옥황상제가 보낸 손님이라 했다. 영문을 모른 체 뒤따라가면서 살펴보니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이 늘비하다. 용마루의 양끝에 얹은 황금색 잉어상이 햇빛을 받아 번쩍거린다. 수천이가 여인들을 따라 용궁으로 들어서자.

“여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황금의자에 앉아있던 여왕이 일어나 수천이를 환영하더니, 곧 진수성찬이 차려진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본 일도 없는 음식들이 상마다 가득한데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그날부터 수천이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그러다 둥근 달이 뜨는 보름날 저녁이 되자, 여왕이 수천이를 뒤뜰의 우물로 안내하더니

“우리들은 이곳에 뜨는 보름달을 보면 회임한답니다. 그러나 여왕이 될 공주는 옥황상제가 30년마다 보내주는 남신과 같이 바라보아야 태어난답니다.”

용궁을 다스리는 여왕이 후손을 얻으려면 옥황상제가 보내주신 남신과 같이 우물에 들어가 달의 정기를 받아야 한다며, 수천의 손을 잡고 황금두레박을 타고 내려갔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우물이었는데, 감미로운 향기가 감돌았다.

“낭군님 고개를 들고 달을 보세요.”  

수천이가 여왕의 말에 따라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는데, 둥실거리던 달이

“번쩍! 번쩍! 번쩍!”

세번, 번쩍거렸는데, 그것을 보는 수천이의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수고 하셨습니다. 덕택에 예쁜 공주가 태어났습니다.”

수천이가 정신을 차려보니 우물이 아닌 침전이었다. 여왕이 이미 태어났다는 공주를 보여주며 웃는데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때부터 수천이는 이렛날마다 여인국의 수호대장 향란과 같이 우물의 물을 길어다 공주의 이마에 뿌렸다. 그래야 공주가 건강하단다.

향란은 여인국의 의례에 밝고 무술도 뛰어나, 공주에게 물을 뿌리는 의례를 마친 후에는 수천에게 무술을 일러주었다. 수천이는 향란과 같이 있는 것이 기뻐서 쉬는 일 없이 연마했다. 여왕은 그런 수천과 향란을 볼 때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둘이 혼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왕이  

“공주를 얻게 해준 분에게는 여인국의 여인을 바치기로 되어 있답니다. 이번에 옥황상제가 보내주신 분이 수호대장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둘이 혼인을 맺도록 하시오.”

여인국의 전통에 따라 수천과 향란이 짝을 맺는 일을 허가하고 집까지 마련해 주었다. 수천이는 그 집에 살며 하루도 쉬는 일 없이 무술을 연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수천아! 수천아!”

누군가가 불러서 돌아보았더니 당산신이었다.   

세종매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충현로 28, 대산빌딩 202호  |  대표전화 : 044) 867-6676~7  |  팩스 : 044) 862-0030
등록번호 : 세종, 가00007   |  발행인 : 주식회사 세종매일 이평선  |  편집인 : 이평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평선
Copyright © 2018 세종매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