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과거의 쓰라린 교육현장, 노동현장에서의 체험은 그를 가만히 있게 놔두지 아니했고, 그를 철저한 노동운동가로 대변신케 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여자를 알게 되었고 그녀는 재산도 꽤 있었다. 그녀와의 생활은 그런대로 여유로울 수 있었다.

장하림. 그녀는 조직적인 견실성을 머리에 그리면서 봉준이의 육체적인 향수에 사로잡혔다. 하림은 모든 남성에게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남성의 사회적 능력보다는 육체적인 장점을 훨씬 좋아할 정도였다.

얼굴은 꽤 매혹적인 미모를 갖추었으나, 다만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 지껄이지만 않아 주면 되었다. 자신의 굵은 허리나, 늘어진 목, 주름진 손이 주저할 바가 못 되었고, 그녀는 오직 육체적인 사랑 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숱한 못생긴 여자들이, 많은 남성들을 때로는 천재를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사실, 그것은 그들이 자기 자신의 육체를 그대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모든 남성이 바라는 일이다. 상대방의 쾌락을 도발하고, 그 쾌락 속에 자기 몸을 숨기고, 사장이 되고, 종이 되어 때리거나, 또는 맞는 몸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녀는 섹스에 매우 민감했다.

모든 여성들을 자기보다 늙고 수준 낮은 여자로 비하했다. 성에 대한 그녀의 동경이 육체적 자극 이상의 것으로 변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한정식당 하림각에 들어섰다. 안에는 봉준이가 있고, 옆에는 제법 세련된 장하림이 함께했다. 봉준이는 그녀를 소개했다.

“이 사람이 식당 사장 아이가.”
“아, 그래.”
“안녕하세요. 장하림이예요.”
“그런데 이렇게 미인이실 줄은 미처 몰랐어요.”
“마, 요즈메 여자들 치고 미인 아닌 사람 어디 인노?”

봉준이는 툭 한마디 내뱉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찰랑대는 생머리의 하림을  마주 보았다.

“친구분 얘기 참 많이 들었어요.”
“아, 그러세요.”
“자, 한잔 받으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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