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이는 한 번도 변명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미 학교에서 그를 동성애자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그는 집단의 폭력에 의해 개인성이 파괴되고 끝내 추방되는 과정을 겪었다.

그에겐 애기가 있었고, 결혼 생활은 점차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생계유지상 어쩔 수 없이 공장에 위장 취업을 하였다. 공장에 3교대 근무를 하였는데 참으로 우스운 곳이었다.

고참이란 자들은 야간 근무 시 일찍 체크시트를 미리 작성 해 두고, 10시경부터는 아예 잠자리에 들었다. 공장 내에 별실이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 밤새 잠만 자고, 교대조가 들어올 아침녘쯤 현장에 들러 그날의 일한 성과 표를 조작하여 그럴듯하게 작성하고 퇴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낮 근무 시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불량이 얼마나 발생했고, 하며 떠들어댔다. 한없이 요령피우는 자가 있는가 하면, 탁한 공기 속에서 밤새우며 한숨 못자고 무거운 제품을 들어 올리고, 내리며 고된 작업을 하는 자도 많았다.

봉준이는 현장에서 일을 하며 입바른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고, 그의 뛰어난 언변과 지나치게 똑똑한 행동이 수상쩍다며 의심을 받게 되었다.

결국 전직 교사로서 운동권 출신의 학력 위조자임이 밝혀졌고, 위장 취업자로 감시의 주 대상이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술을 몹시 먹고 기숙사에서 큰 난동이 벌어졌다.

그는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마구 부쉈다. 한밤에 소동을 피웠고 감히 누구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물론 취중이었지만, 이튿날에 당장 주임한테 불려가 경위서를 쓰게 되었고, 결국 자진 사퇴하는 선에서 수습되었다.

근무하던 곳이 없어지고 거리로 내몰렸을 때는 천길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린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며 자신의 무능과 삶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그러한 그의 무능함을 알게 된 봉준이의 첫 여자는 ‘이 남자에게 더 이상의 미래가 없구나’하는 생각 하에 아이를 남겨두고 헤어졌다.

봉준이는 절망하지 않으려 애썼다.
고난의 삶이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며 매일의 기적이라고 하는 낙천주의자의 지혜가 담겨있다. 그래서 슬프지만 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그에게 키우도록 그녀가 양보한 것이다.

그는 잠자리에서 아들을 꼭 껴안고 체온을 나눠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위해 결코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후 아들 앞에서는 웃음을 보였고, 많은 동화를 들려주며 아들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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