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합강리의 무도회’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미호천이 금강과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 합강리인데, 두 물줄기가 만날 때의 기싸움은 대단하다.

서로 으시대며 잘난체하는 것이 사람들이 하는 짓과 똑 같다.

서로 강하게 보이려고 전력으로 달려가 부딪친다. 그래서 물줄기 만나면 물방울을 “찰싹”하며 물방울을 튕기는데, 그런 기싸움은 합류한 후에도 계속된다. 서로 잘났다며 엎치락 뒤치락거리며 위로 올라서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더 멀리 왔다느니, 내가 더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다느니, 자기가 돌보는 물고기가 헤엄에 능하다는 등 자랑을 해댄다. 그러다 화가 난다며 붙잡고 뒹군다. 그러다 보니 강물은 하얀 거품에 뒤덮일 때가 더 많다.

“강물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다투다니,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구나.”

하늘에서 지켜보던 옥황상제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금강과 미호천 신들을 불러

“서로 화합하며 재미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세요.”

다투지 않고 서로 화합하며 지내면 큰 복을 내리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들은 신들은 합강리에 재미나고 평화스러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상의한 끝에

“서로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는 것보다 더 평화로운 세상은 없지!”

금강과 미호천에 사는 신과 인간들이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는 축제를 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세상에 공표하면서,

“서로 다른 곳의 음양신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

금강의 남신은 미호천의 여신을 짝으로 삼고, 미호천의 남신은 금강의 여신을 짝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소문을 들은 신들은 금강과 미호천을 오가며 짝을 구하느라 바쁘더니, 곧 짝을 이루고 춤과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합강리에는 짝을 지은 음양 신들이 꾀꼬리처럼 노래하고 나비처럼 춤을 추는 날이 계속되었다.

“우리가 우승하고 말테다.”

짝을 지은 신들은 최고의 노래와 춤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쉬지 않고 연습했다.

“꽃향기를 찾아서 날아다니는 나비들보다 아름답구나.”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옥황상제가 감탄할 정도로, 쌍을 이룬 음양 신들의 노래는 청아했고 춤사위는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버들가지 같았다.

드디어 가무대회가 열리는 날, 옥황장제가 미호천을 따라 금강으로 뻗어 내리다 살짝 솟아오른 봉우리의 정자로 내려오시자, 금강과 미호천의 신들은 물론 대회에 참가한 음양 신들과 구경나온 인간들이 열렬히 환영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대회가 시작되자,

쌍을 이룬 음양신이 서로의 짝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그야말로 꾀꼬리의 노랫가락에 공작이 춤을 추는 것 같아, 합강리에는 사랑과 평화로 가득했다.

“우리가 제일 청아하고 아름답다.”

참가자들은 평소에 연습했던 것 보다 더 아름답게 노래하고 부드럽게 춤을 추어, 들으면 즐거워지고 보면 흥이 솟아, 저절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렇게 즐겁고 기쁜 시간이 흘러가자 목소리가 갈라지는 쌍, 동작이 느려지거나 흐트러지는 쌍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나절이 지나자 노래와 동작이 어긋나는 쌍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주저앉는 쌍도 나타났다. 그런데도 변함없이 노래하며 춤추는 쌍이 있었다.

“금강의 이수 낭군과 미호천의 조영 낭자다.”

이미 지쳐서 주저앉은 쌍들이 지칠 줄 모르는 이수와 조영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나중에는 둘의 노래와 춤에 취하여 손뼉을 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오늘의 대상은 이수와 조영입니다.”

심사를 맡은 신이 우승자를 발표하자, 옥황상제가 자리에 일어나

“너희들의 노래와 춤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구나.”

두 사람의 노래와 춤을 칭찬하고, 다시 한 번 노래하고 춤출 것을 요구했다. 옥황상제의 청을 받은 이수와 조영은 옥황상제가 앉아계시는 정자에 올라
“옥황상제의 은덕으로 합강리의 평화는 영원합니다.”

옥황상제의 은덕에 감사한 후에, 합강리의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비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데, 어찌나 맑고 고운 목소리인지, 얼마나 경쾌한 춤사위인지, 흐르던 금강과 미호천이 출령거리고, 전월산의 구름이 둥실거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강변의 신과 인간 모두가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것을 보신 옥황상제도 황후의 손을 잡고 춤추기 시작하셨고, 신과 인간들이 따라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그렇게 시작된 노래와 춤은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되어, 가무를 즐기다 허전하면 정갈히 차려진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또 노래하고 춤을 추다보니, 어느덧 새벽이 오고 있었다.

“이수와 조영은 이곳에 살며 화합하는 세상을 만들도록 하라.”

옥황상제가 합강리를 이수와 조영의 거주처로 정해주시더니, 하늘에서 내려온 구름을 타고 손을 흔드는데, 다시 내려오겠다고 약속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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