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그 반 학생들은 담임한테 모두 장단지가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 반은 봉준이가 담임으로 맡고 있는 반으로 자신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여겼고, 그는 몽둥이로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체벌을 가했다.

거의 마지막 학생 차례에서 몽둥이를 들려는 순간이었다. 그 학생이 물거품을 품으며 예상치 못하게 쓰러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급기야 응급실로 이송 도중, 그 학생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고, 그 사건은 봉준이와 학교의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후로 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봉준이에게 수시로 각서를 쓰게 하는 등, 그를 대하는 태도가 싸늘했다. 사사건건 학교에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젊은 혈기와 높은 이상을 갖고 첫 직장에 들어선 봉준이로는 참으로 불쾌했고, 불만족으로 가득 찼다.

봉준이는 거침없이 입바른 소리를 잘 하며,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고, 조학문에게 먼저 인사를 하지 않았다. 물론 조학문은 봉준이 보다 나이는 3살 많았으며 매사에 깐깐했다.

개교기념일 행사 준비로 모든 학생들이 2개월간, 매일 2시간씩 운동장에서 마스게임 연습을 해야 했다. 그날은 몹시 무더운 날이었다. 마스게임 중에 여럿의 학생이 빈혈로 쓰러졌으나 계속 강행했고, 그때 마침 조학문이 버럭 화를 냈다.

“선생님들은 학생이 쓰러지는데 멀거니 대체 뭣 하는 거요!”

큰 소리로 교사들에게 훈계하듯 호통을 쳤다. 마침 조학문과 가까이 있던 봉준이는 그동안에 싸여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이 새꺄! 이 학교가 무슨, 니 구멍가게인 줄 아니…”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 앞에서, 뜻밖의 그렇게 과격한 행동을 거침없이 취했으니 조학문은 망신을 당했고, 봉준이는 그와 동시에 사표를 쓰고 그만 두었다.

어디서부터 좀 더 진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까. 펼쳐놓을 이야기 보따리를, 전설이나 신화의 모든 것을…

전봉준. 고등학교에 생물 선생님이 새로 부임한다.

그는 순결한 영혼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처음 학교에 나타났을 때 남, 여 학생들로부터 그는 온통 흰색으로 눈부셨으며, 그리스신화에서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를 몰고 다니는 인기몰이였다.

봉준에게 얽힌 애환은 이외에도 숱하다. 군대와 학교라는 공간은 폭력적인 제도를 의미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늪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부추겼다.

수업시간에 나비의 변태 과정을 설명하던 봉준이는 학생들에게 ‘변태 선생’으로 불리고, 여러 사건에 얽히면서 결국엔 동성애자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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