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습니더.”
“하, 나는 무슨 일이라도 난줄 알고.”
“그랬더니 뒤에 따라오던 아이 열 명 정도가 덩달아 일제히 ‘안녕하세요’ 하고 외치지 안십니거.”

“뜻밖이구먼!”
“저는 깜짝 놀랐고 얼떨결에 박수를 치면서 함박웃음으로 응해주었지예.”
“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총총걸음으로 언덕을 올라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지예.”

“감동스러웠겠군먼.”
“불과 2, 3초 정도 사이에 스치듯 주고받은 인사였는기라예.”
“그 짧은 시간에.”
“그 순간, 그리고 이후 계속 걸어가면서 내는 어떤 황홀감에 사로잡혔는기라예.”

“어허, 참 무슨 황홀감을?”
“이게 뭘까? 이런 기분 말입니더.”
“그럼,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말인가요?”

“이 복잡한 계산속에서 생활하다 보이 통 그런?”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는 말이요?”
“거리낌 없이 자아를 열어젖히기란 어렵지 안나 예?”
“참, 축복일세.”

“그런데 가장 무서운 것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입니더.”
“무슨 소리하고 있는가!”

뜻밖의 공격에 교장은 금테 안경을 한손으로 올리며 근엄하게 말투를 바꾸었다.

“교사들이 권력관계에 굴복해 비리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광경을 보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꺼?”

걱정되어 사실대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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