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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세종에 살리라…‘고운동의 효자능선’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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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8  08: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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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국사봉에서 세종누리학교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산을 깔아뭉개며 아파트 공사를 하는데, 그곳에서 쫓겨난 고라니가, 아직 그대로인 숲으로 들어가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옛날 옛날, 아주 옛날의 고정천에는 가재도 많았는데, 그 가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창기라는 소년이 있었다. 7남매의 막내로 부모 형제의 사랑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부러울 것 없이 살았다. 그러면 버릇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았다. 어리광이 좀 심할 뿐 착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어느 해, 심하게 돈 돌림병으로 어머니가 하늘나라에 가고 말았다.

“국사봉의 돌탑을 건드린 인간이 있어서 신이 노하신 거래.”

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말을 들은 창기는 국사봉에 올라가, 울면서, 무너진 돌탑을 손보기 시작하여, 세 달 만에 복구시켰다. 그런데도 창기는 울음을 멈추지 않고

“어머니 날 두고 어디에 가셨어요. 보고 싶어요.”

어머니만 부르며 울어댄다. 가족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그런 창기가 효자라며 동정했으나, 매일 같이 울어대자, 마을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도 짜증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새로 맞이한 계모는 달랐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계모는, 여느 계모와는 달리

“그렇게 슬퍼하면 하늘에 계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편하지 않으시단다.”

창기를 위로하며 달랬다, 그런데도 울음을 멈추지 않아, 아버지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보기도 했으나 여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창기가 국사봉에 올라 돌탑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울고 있는데, 하늘에서 불어온 회오리바람이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

라는 말을 하더니, 창기를 휩싸 안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놀란 창기가 눈을 감았다 살짝 떠보았더니, 어두운 굴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휘잉”하며 날아가는 소리가 무서워 다시 눈을 감았는데, 한참 후에 “쿵”하고 떨어졌다.

눈을 뜨고 둘러보니, 어두침침한 들판에서 헐벗은 사람들이 무거워보이는 것들을 옮기고 있는데, 힘든 듯 신음하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러다 멈춰 서기라도 하면 어디선가 붉은 얼굴의 감시자가 나타나 채찍을 휘둘러댄다.

“무슨 천당이 이래요.”

당연히 어머니는 천당에 계실 것이라는 생각했던 창기는 너무나 다른 광경에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창기를 내려놓고 공중을 빙빙 돌고 있던 회오리바람이

“연자방아를 돌리고 있는 저 여인이 너의 어머니란다.”

여윌 대로 여윈 부인 하나가, 헐어빠진 누더기를 걸치고 커다란 절구 위에 놓인 무거운 돌덩이를 돌리고 있는데, 그 여인이 창기의 어머니라고 알려 준다. 흙투성이가 된 여인의 맨발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야, 우리 어머니가 저럴 리 없어.”

창기가 놀라서 외쳤다. 그러자 회오리바람이

“그렇단다. 네 어머니는 착해서 천당에 가셨지. 그런데 네가 하도 울어대기 때문에, 염라대왕이 지옥으로 끌어 왔단다.”

창기 어머니가 지옥에 있는 까닭을 일러주었다. 그때였다. 힘겹게 연자방아를 돌리는 여인과 창기의 눈이 마주 쳤다. 틀림없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도 창기를 보고 놀랐는지, 멈칫하고 멈춰 서자, 붉은 얼굴의 야차가 휘두르는 채찍이 헐벗은 어머니의 등짝에 휘감긴다.

“안돼요. 어머니를 때리지 마세요.“

보다 못한 창기가 소리치며 달려가려 하자, 빙빙 돌고 있던 회오리바람이 창기를 다시 휘감고 솟아오른다. 창기는 어머니를 부르며 울부짖다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국사봉 돌탑 아래였다. 창기가 집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계모가 마당을 쓸고 계셨다.

“제가 쓸 테니 어머니는 쉬세요. 그리고 이제는 울지 않을래요.”

마당으로 들어선 창기가 계모의 빗자루를 빼앗아 마당을 쓸며 웃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집안에는 웃음꽃이 피어났고, 시집간 누나는 물론 제금난 형들도 몰려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다며 사람들을 불러 잔치까지 벌렸다. 잔치가 한창일 때,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짓던 창기가 갑자기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가 오고 계세요.”

감격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놀라서 몰려온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감나무 위에 떠있는 흰 구름 위에, 머리를 곱게 빗은 여인이 미소하며 서있는데, 분명히 창기 어머니였다. 구름 위의 어머니가 손을 살살 흔들며

“창기가 웃어주는 덕택에, 다시 천국에 가게 되었단다.”

창기를 바라보며 더 높은 하늘로 날아간다.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창기의 효심을 극구 칭찬하고, 창기가 국사봉을 올라 다니던 능선을 ‘효자능선’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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