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언덕 같은 곳, 거기 벚나무 앞에서 우리 반 단체 사진 찍었지 안노? 바람결에 벚나무가 마구마구 흩날렸는기라.”

눈앞에 초췌한 벚나무가 금세 봄날로 돌아가 연분홍 꽃들을 면사포처럼 쓰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그랬듯이 선생님과 정답게 사진을 찍으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내 사랑, 그대들은 겨울방학 동안 몸 건강히 잘 지냈나요?”
“우리 친구들이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렇게 선생님은 묻고, 대답했다. 방학 때 한 일 중에 하나를 답으로 기대했던 선생님은 또 한번 놀란다.

한 달여 남짓 아이들과 떨어져 있으며 우리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참으로 마음 따뜻한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선물로 살아갈까 생각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이. 가정방문 때였다.

“아, 우리 봉준이라예? 놀러간다 카고 또 나갔고마요?”

구수한 사투리로 말씀하시던 아버지. 

“우리 봉준이야 언제나 건강하죠? 잘 놀러 댕기고요.”

그렇게 화답하며 봉준이 마음을 환하게 해주시던 선생님이었다. 고요한 샘물 같던 동네였다.
“봉준아! 선생님이야!”  
“아! 선생님인겨?”

즐거운 방학엔 눈꽃을 보듯 탄성을 질렀다.

“방학 전에 걸린 수두는 다 낳았어?”
“몸에 좀 남았는기라예.”
“그래도 다행이구나.”
“거의 다 나았는기라예.”
“그래, 고생 많았어. 선생님도 어릴 때 수두 앓았을 때 힘들었거든.”

사실, 그때 파우더 색깔의 약을 바른 것 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선생님은 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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