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주년 기록서 발간…시민들 스스로 땅속 파묻힌 일기 발굴나서

 
 

‘사랑의 일기 연수원 대참사 365일 어디까지 왔나’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이 지난달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하 연수원) 강제철거(2016년 9월 28일)’ 1년을 맞아 발행한 책의 제목이다.

40페이지 분량으로 연수원의 출발부터 그 발전과정 강제철거의 전말 및 향후 계획 등 담겨있고 ▲LH의 갑질, 민사소송 ▲무저항 비폭력 운동 전개 등의 부제에는 인추협의 지향하는 바를 보여줬다.

책속의 ‘여는 글’을 보면 흰색 표지의 얇은 ‘백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은 1991년 5월 어린이 대공원에서 158명의 어린이들과 시작된 이래 1995년부터 전국적인 운동 확산(일기장 120만부 보관) 및 세종시 투쟁 기록 역사물 보관을 위해 ‘일기 박물관’, ‘인성교육장’ 등으로 지난 2003년 5월 18일 금남면 석교리 141번지 폐교된 금석초등학교터에 설립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LH의 강제 철거로 인한 법적 투쟁 과정을 정리해 그들의 횡포와 일기박물관과 세종시민투쟁기록관의 각종 유물 보전의 정당성과 그 대응방안을 밝혔다.

인추협은 지난해 9월 8일 ‘사랑의 일기 연수원 수호대책위원회’ 출범 및 올해 5월 4일 ‘사랑의 일기 운동 재출발 선포식‘ 등을 통해 평소 주창해 온 건강한 사회, 건강한 인류공동체 만들기 운동의 실현 장소로써 ’사랑의 일기 연수원‘ 재건립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고진광 대표의 거주지이자 자료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내부.
△고진광 대표의 거주지이자 자료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내부.

■‘아직도 우리 아이들의 일기장이 썩어가고 있다’
연수원엔 소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저명인사들의 기록물이 보관돼 있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 故 김수환 전 추기경 등의 자필 일기장 등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강제 철거과정에서 땅속에 있는지 멸실됐는지 알길이 없다.

LH가 기록물의 목록과 수량조차 파악되지 않은채 철거를 집행한 결과다.

지난 18일 이젠 모든 것이 철거되고 흙과 돌만 컨테이너, 공사차량만이 황량히 남아있는 현장을 찾았다.

이날 자원봉사자들은 발굴한 기록물에 대한 보존 작업과 새로운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호미로 손으로 땅을 파니 금방 물에 젖고 이리저리 찢겨진 ‘종이’가 발견됐다. 흙을 털며 조심스럽게 한 장 한 장 넘기자 나타난 글에 ‘아~’ 라는 탄성속에 글을 읽기 위해 더욱 시선을 집중했다.

연필로 쓰여진 글자가 이리저리 삐뚤 빼뚤 써 있어 처음엔 힘들었지만 곧 조금씩 읽어내려갔다.

△이날 흙속에 발굴한 어느 아이의 일기장.
△이날 흙속에 발굴한 어느 아이의 일기장.

날씨: 오늘도 멋지고 나이스한 날씨다(완전 나이스는 아님)
제목: 왔다~
오늘 왔을까 안 왔을까 고민된다~

일기장에는 티셔츠 그림도 그려져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조금은 그 내용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연신 조금씩 조금씩 읽어가면서 작은 감동과 슬픔의 교차속에 연신 탄성을 쏟아냈다.

이 자리엔 전북 익산에서 올라온 김명호(55)씨도 함께 했는데 이젠 어른이 된 아들 김은진(26)씨도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에 동참했던 만큼 이날의 발굴에 대한 그의 소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저명한 인사의 기록물이 나왔다면 이슈가 됐을지 모르지만 어느 이름모를 아이들의 글이 이날 참석자들에게 소중하고 애틋했을 것이다.

인추협 고진광 대표는 “LH의 강제 철거의 정당성 여부는 별개로 이런식으로 소중한 각종 기록 유산들을 차디찬 땅속에 묻히게 만들고 파괴한 만행에 대해 분노한다”고 말했다.

한편 LH는 인추협의 각종 기록물에 대한 발굴 협조 요청에 대해 12일 공문을 통해 지난 1여년간 고 대표의 거주지이자 발굴 자료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철거 요구로 ‘화답’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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