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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세종에 살리라…합강리의 인연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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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9  16: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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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엽 명예교수.

금강과 미호천이 합쳐지는 곳을 합강리라고 부르는데, 두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에 유래하는 지명이다. 그와 비슷한 말로는 아우내, 두물머리, 양수리 등이 있는데, 서로 다른 것이 만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저 사람의 키가 작다고 웃고,
저 사람은 그 사람의 키가 크다고 웃네

신이나 인간만이 아니라 짐승도 처음에 만나면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지만, 그런 만남이 있어야 새로운 것이 태어날 수 있다. 

하늘의 환웅과 태백산의 웅녀가 만나니 단군이 태어나고
하늘의 해모수와 압강의 유화가 만나니 주몽이 태어나고
하늘의 말이 나정에 알을 내려놓으니 혁거세가 태어나네.

천지의 다른 정기가 합쳐서 위인을 낳듯이, 합강리에서 만난 금강과 미호천도 마찬가지였다.

북진하던 물줄기가 서남으로 방향을 바꾸는 부용리에, 고집이 세서 옹고집이라 불리는 신이 살고 있었다.

어찌나 고집이 센지 한번 마음먹으면 바꾸는 일이 없다. 똑바로 가겠다고 마음먹으면 물이 있으면 건너고, 바위가 있으면 들어내고 가지,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러다 불붙은 들판을 지니다 수염까지을 태운 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무심천과 미호천에 합쳐지는 청원에는 성질이 급해서 화통이라고 불리는 신이 있었다. 섣달 그믐에 장가를 갔으면서,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일 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를 낳지 못했으니 파혼합시다.”

장가들어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애가 캐어나지 않았다고 화를 낼 정도였다. 밥을 먹을 때도 수저를 드는 것이 귀찮다며 손으로 퍼먹는가 하면 측간에 갈 때마다 번거롭다고 허리띠를 칼로 잘라버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닐 정도였다.

강물은 깊고 푸르러 거울인양 널렸는데
살랑살랑 부는 바람 고운 물결 일으키네

전월산에 쌓인 눈이 녹자 강 건너 과활산도 눈을 털고 일어나, 잠자던 풀들을 깨워 푸른 싹을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봄날이었다. 나비가 날아들고 새들이 날아다며 노래하고 있었다.

“합강리로 봄 나들이나 가볼까나,”

어이 된 일인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옹고집과 화통이 합강리로 놀러가는 공교로운 일이 있옸다. 옹고집은 이것저것을 찬합에 싸들고 성큼 성큼 걸어가는데, 머리가 하늘의 구름에 닿는 것 같았다. 화통도 부인이 싸준 음식을 싸들고 서둘러 길을 가는데, 새까만 솥단지 하나가 굴러가는 것 같았다. 그 두 사람이 합강리 모래벌판에서 딱 마주쳤다. 

“뭐야, 바짝 말라가지고, 하늘 높은 줄만 아는구먼.”

작고 뚱뚱한 화통이 마르고 키가 큰 옹고집을 비웃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는데, 그것은 옹고집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땅 넓은 것만 알고 하늘 높은지는 모르나 보군.”

작고 뚱뚱한 화통이 걷는 것이, 검은 가마솥이 뒹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으며 앞으로 걸어가려 했다. 

“뭐야, 길을 비키지 않고,”

길에서 마주친 둘은 서로 길을 비키라고 소리쳤으나 길을 비켜줄 둘이 아니었다. 옹고집은 상대가 길을 비킬 때까지 버틸 심산으로 눈을 아예 감았으나 성질이 급한 화통은 참지 못하고 

 “꺽다리가 감히 내 길을 막아.”

버럭 화를 내며 주먹을 날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옹고집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대로 서있는데, 정작 주먹을 날린 화통이 “아얏”하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닦에 딩군다. 화통의 주먹은 옹고집의 무릎에도 이르지 못하고, 바짝 말라 칼날 같은 정강이뼈를 친 것이다.

“하하하, 꼭 불에 덴 굼벵이가 같구나, ”

옹고집은 나 뒹구는 화통을 보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허리를 쥐고 웃어댔다.

옹고집이 그렇게 웃어대는 일은 태어나서 처음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웃어대던 옹고집이 웃음을 멈추더니, 아직도 아프다는 듯이 주먹을 어루만지는 화통에게,

“참으로 기괴한 몰골이라 내가 하나 묻겠는데, 아침에도 맞고 밤에도 맞아야 일을 잘한다는 칭찬 듣는 것이 무엇인지 자네는 아는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화통에게 호감을 느낀 모양이다.

“다듬잇돌이지 뭐야. 그러면 등에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오?”

화통도 여느 때와 달리 처음 만나는 옹고집의 질문에 답을 하고 다른 것을 묻는 것이, 옹고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달팽이지 뭐야. 그러고 보니 자네 몰골이 달팽이 같군, 하하하”

옹고집은 자기가 답하고도 재밌는지, 또 허리를 잡고 웃었다. 그러자 화통이 벌떡 일어서며

“너야 말로 키만 껑충해서, 지렁이가 꾸물거리는 것 같구나. 하하하.”

화통도 옹고집이 우습게 생겼다며 웃어댄다. 그렇게 서로 상대방의 몰골을 흉보며 웃어대는 소리가 합강리의 수면 위로 퍼져나갔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모르는 사람도 합강리에서 만나면 친해진다네.”

아무리 사이가 나쁜 사람이라도 합강리에 한 번 다녀오면 친해진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자 싸운 친구들은 물론, 금술이 나쁜 부부, 짝을 구하려는 처녀 총각들이 합강리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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