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별빛 전망대 ‘해와 달과 별’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세종시 가락마을은 새골, 뜸이기, 가락골, 솔밭티골 등으로 불리던 마을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다.

단지 한가운데에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야산이 있다. 조용한 산골이었던 옛날에는 별빛이 쏟아지는 낙성산이라고 불렸음직한 산이다. 

아파트 단지라면 소란스러울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단지 가운데에 위치하는 이 산에 들어가 보면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단지의 오아시스나 공원이라 할 수 있는 그 산에 별빛전방대가 있는 데, 그 자리에 별빛 전망대가 들어선 것은, 태초에 천제가 그렇게 정해두었던 것 같다.

칠석날 저녁에 손자와 같이 전망대에 오른 할아버지는, 아파트 단지의 반짝이는 불빛을 차단하는 숲으로 둘러싸인 전망대로, 쏟아져 내리는 별들의 속삭임을 들었다.

태초에 가벼운 것이 떠올라 하늘이 되자,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나타나, 나중에는 태양이 10개, 달이 30개나 되었고, 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것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와 빛을 내자, 온 세상이 열기로 가득했다.
 
“어휴 더워, 눈이 부셔서 살 수가 없네.”

하늘에 사는 신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느라 바빴다. 그러다 다투는 일도 생겼다. 그것을 보다 못한 천제가 신들에게

“이렇게 한꺼번에 나오지 말고, 순서를 정하면 어떨까요?”

질서를 정하자는 말을 했고, 신들이 좋다고 찬성했다. 

“먼저, 활동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태양은 낮에 나오고, 달과 별은 밤에 나오는 게 어떨까요?”

우선 활동하는 시간을 밤낮으로 나누자는 의견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신들이

“그러면 덥지도 않고 눈도 덜 부시지 않을 것 같아 좋습니다.”

손뼉을 치며 찬성했다. 그러자 천제는 열 개의 태양에게

“당신들은 하루에 하나씩만 나오도록 하시오.”

순번을 정해서 나오라고 일러주었다. 그러자 태양들은

“하루만 돌고, 아흐레를 쉬니까. 좋은 일이네요.”

모두 기뻐하며, 순서를 정하는 가위 바위 보를 시작했다. 그것을 본 천제가 이번에는 은은한 빛을 뿌리는 달들을 향해 크게 말했다.

“달님들도 하루에 하나씩 나오는데,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나오세요.”

천제는 초승달이 점점 커져서 보름달이 되었다가, 다시 하현달로 작아지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했다.

“우리는 하루만 돌고 29일은 쉬어도 되겠네요.”

달들은 더 기뻐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별들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순번을 정하면 우리는 평생에 한 번 나가기도 힘들어요.”

숫자가 너무 많아 한번 나가는 것도 어렵다며 걱정했다. 그렇다. 만일 별들의 순서를 정한다면 평생에 한 번도 못나갈 수도 있다. 그것을 모를 천제가 아니었다.

“그러니, 별님들은 순서를 정할 게 아니라, 뒤로 물러서서 같이 반짝거리세요.”

천제의 말대로 별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 넓은 하늘에 골고루 퍼져서 반짝거리니, 남들에게 폐를 끼치기는커녕 하늘이 더 아름다워졌다.

그때 하늘 아래의 천하에는 신과 인간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었는데, 동쪽의 먹구름이 날라온 역병으로, 모든 인간이 죽고, 솔밭티골의 남매만 살아남았다.

남매는 서로 의지하며 처녀 총각으로 자랐지만, 짝을 맺을 수 있는 상대가 없어, 노처녀 노총각으로 늙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두 남매가 별빛이 쏟아지는 산에 올라

“부디 저희 남매가 짝을 맺을 수 있는 선남선녀를 보내주세요.” 
 
혼인을 맺을 수 있는 짝을 구하게 해달라고 하늘에서 바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빌었다. 그 소원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별나라의 성왕이 알 정도였다.

“남매에게 짝을 맺어주지 않으면 인간의 씨가 마르겠구나.”

남매의 소원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된 성왕은 아끼는 왕자와 공주를 불러

“너희 남매가 내려가 저 남매의 짝이 되도록 하라.” 

짝을 구히는 남매의 배필로 정했다. 그러나 별나라의  왕자와 공주는 아래로 쏟아지는 별빛을 타고 솥티꼴로 내려가,

“우리 남매는 별나라를 다스리는 성왕의 명을 받고 당신들을 찾아왔소이다.”

남매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이유를 설명하고 혼인을 맺었다. 그리고 많은 아들과 딸을 낳았으며 오래오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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