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철거 후 지난 1년동안 컨테이너 투쟁, ‘연수원 부지 1평 후원운동’ 시행

 
 

사랑의 일기 연수원 강제철거 350여일째 그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16년 9월28일 새벽 무참히 파괴된 세계 유일의 일기박물관 세종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컨테이너 하나만 마지막 흔적인양 공사 현장에 홀로 남아 있다. 

세종시 금남면 금병로 670번지 이 곳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이자 사랑의 일기 연수원장인 고진광 대표의 거주지다. 재산세도 징수하는 이곳은 전기도 끊어버린채 주변은 도로건설을 위해 토설작업중인 공사현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 올해 9월 13일 현재까지 땅속에 파묻힌 일기장 등 각종 기록물들을 발굴하고 수거해 주변 공터에서 습기제거 등 기록물 정리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나마 눈물 흘리며 발굴된 일기장과 기록물마저도 지난 8월 7일 다시 흙과 자갈로 덮어버린 공사 현장 속에 여전히 홀로 남아 비폭력 무저항 운동을 하고 있는 고진광 대표를 만났다.

■이제 9월 28일이 되면 컨테이너 박스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인지 365일 된다. 지금 심정은.
별빛 하나없는 칠흙같은 어두움이 전부였다. 120만부의 일기장 및 유물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씻을 길이 없었다.

 내 일기장 어디 있냐고 찾아 오는 학생들을 보면 지난 30여년간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지켜 온 자긍심이 태산 무너지듯 허물지고 만다.

무능한 나의 잘못을 사죄하는 심정으로 지난 1년을 버텨온 셈이다.

 
 

■지난 2016년 9월 28일 사랑의 연수원 철거에 대해 말한다면.
지난해 9월 28일. LH는 트럭 116대 분량의 사랑의 일기 연수원 자료를 강제 집행했다.

법원의 강제집행에 따라 용역 인원 120여 명, 트럭 116대, 포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들이 몰려와 이곳은 말그대로 ‘초토화’됐다.

이전에 2018년까지 이주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해 대안 마련에 골몰하던 중 갑작스레 당한 일로, 박스에 담아 기록물들을 옮기는 와중에 많은 자료가 훼손되고 건물을 파손하며 내부에 남겨 진 자료들이 건물더미와 함께 묻혀버렸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문 앞의 큰 나무 위에 매달린 프라스틱통과 동아줄이 그 날의 현장을 말해주고 있다.

■연수원은 사라졌다.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은 변함없이 지속되나?
물론이다. 그것은 계속 진행된다.

반성하는 어린이는 삐뚤어지지 않는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은 학교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우리들은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학생들이 일기 쓰기로 남이 가르치는 인성교육이 아닌 스스로 느끼면서 자신의 생활을 매일 정리한다. 그러면서 양보와 배려, 사랑하는 공동체 의식이 함양돼 성숙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난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은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기여해 온 시민 사회 운동의 작품이다.

그러니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이 시민운동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도 있는데.
사랑의 일기는 지난 1995년부터 범 국민운동으로 확대해 2015년까지 국내는 물론 중국, 미국의 교포 어린이들까지 600만명의 어린이들에게 일기장을 무료 배부하고 이 사랑의 일기 운동에는 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등이 후원했다. 

지난 2000년 5월 24일 개최한 ‘2000 사랑의 일기 큰잔치’ 행사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께서 친히 참석해 시상 및 축사를 해준바 있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가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펼쳐왔다. 인추협에  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인추협은 사랑의 일기쓰기 운동과 연수원 운영 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보급, 건강한 교육환경 만들기를 위한 학교지원사업 전개, 각종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공동체의식 함양 사업 등을 펼쳐왔다.

또한 30여년간 재난 재해 현장에 뛰어 들어가 복구 지원 사업을 추진했고 최근 충북수해지구 재난 복구 활동에 참여 했다. 지난 5월에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자고 주장하며 ‘전국민 농촌돕기 운동’도 전개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 20년 전 초등학생의 일기장에서부터 동문선, 열하일기등 역사일기와 김대중 대통령의 육필일기까지 전시된 세계 최초의 ‘일기박물관’과 ‘세종시민투쟁기록관’도 마련됐다.

이후 인성교육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해 3년간 약 2천여명이 집단체험의 상호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 왕따 등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연수를 받았다.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일반인들이 참여한 당일 연수와 숙박연수 등 다양한 행사가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서 추진됐다. 부모와 함께하는 현장 학습체험장으로도 활용됐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랑의 일기 연수원 집기 및 일기장 등이 ‘경매불능’으로 결정났다.
다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올 전기가 마련됐다.

이는 ‘역사의 죄인 됩니다’ 라는 팻말을 들고 경매 현장에서 눈물어린 호소를 한 학생들과 학부모 덕분이다.

지금까지 7회에 걸친 법원경매가 경매신청인들의 포기 등으로 최종유찰돼,법원은경매불능(무잉여)으로처분했다. 산산이 흩어져 사라질위기에 봉착했던 120만권의 어린이 일기장은 천신만고 끝에 고향(일기 연수원)의 품에 안길 수 있는 법적효력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젠 이 유물들을 보관할 공간을 찾아야 한다.

200여평에 이르는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들의 손때묻은 일기장이 되돌아왔지만 보존하고 보관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답답한 심정이다.

 
 

■향후 사랑의 일기 연수원 재건립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사랑의 일기 연수원 철거는 많은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나의 365일 컨테이너에서의 투쟁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해소하려는 대안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많은 지인들이 이제는 나를 위해 살라고 조언하면서 사랑의 일기 연수원 되찾기를 멈추라고 한다.

이젠 되찾기를 멈추고 ‘다시 세우기’에 앞장서려 한다.

지난 1년 동안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청산하고 다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세우기 위해 과거의 때 묻은 먼지를 털어버리듯 일어서려 한다. 그것만이 나를 후원하고 격려해주는 많은 지인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다.

컨테이너 박스에 찾아와 격려해준 많은 후원자와 저금통을 들고 온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범국민적 모금운동을 통해 다시 세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연수원 부지 1평 후원운동’은 이 계획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아울러 시민 단체가 운영하는 공익시설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갑질’을 알리고 땅속에 묻힌 일기장과 유물 발굴 조사를 더 부패하기 전에 조속히 시행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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