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금강의 삼둥이’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자식을 예뻐하는 것은 신이나 인간이나 똑같다.
삼둥이가 귀여워 못견디겠다는 하백은 삼둥이를 배에 태우고 다니기를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삼둥이를 혼동하는 일이 많았다.

“반아 이리 좀 오너라.”
“저는 부인데요. 어제는 산이라더니 오늘은 반이라니, 내일은 뭐라고 부르실 거예요.”
삼둥이들은 자주 헷갈리는 아버지가 재미있다며
“아버지 제가 반이게요, 부이게요? 아니면 산이게요?”

일부러 놀리기도 했다. 셋은 커갈수록 도술도 늘어가는데,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 참질 못했다. 게다가 예의까지 밝아 칭송이 자자했다.

더 기특한 것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도술을 연마하는 끈기였다. 얼마나 열심인지, 셋이서 연습하며 기합을 지르면 강물이 출렁이고 하늘의 구름이 흔들릴 정도였다.

“뭐라고 하백이 금강을 다스린다고.”

서해에 사는 이무기가 하백의 소문을 듣자 ‘버럭’화를 냈다. 원래 그 이무기는 용이되고도 남을 정도로 주술이 뛰어났다. 그런데도 심술이 고약하여 용이 되지 못했다. 그러면 반성하고 조심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심술만 부리고 다닌다.

그런 심술쟁이가 하백을 칭송하는 소리를 듣자, 밸이 꼴려서 참을 수 없다며 하백을 찾아갔는데, 하백이 삼둥이와 사이 좋게 노는 것을 보니,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백은 나에게 항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

이무기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욕을 하며 대들었다. 그러나 하백은 차분한 목소리로
    
“서해에 산다는 이무기 같은데, 조용히 돌아가거라.”

이무기를 타일렀으나 그 말을 들을 이무기가 아니었다. 이무기는 꼬리를 들어 수면을 땅땅 치면서 듣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욕을 해댄다. 바로 그때였다.

“이놈이 어디서 행패야. 어디 한 번 혼나보거라!”

첫째 왕자 반이 크게 외치더니, 허리에 찬 검을 빼서 휘두르며, 욕하느라 벌어진 이무기의 입속으로 뛰어 들어가, 사정없이 칼을 휘둘렀다. 갑작스런 일에 아프다는 말도 못하는 이무기의 벌린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이무기의 등에서 솟구치는 피를 타고 산이 튀어나왔다. 그때서야 이무기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등에서 솟아난 핏줄기가 떨어지며 수면을 붉게 물들인다.

“제 분수도 모르는 불쌍한 놈.”

이번에는 둘째왕자 부가 재빨리 다가가 비틀거리는 이무기를 슬쩍 밀었는데,“꽈당”하고 이무기가 수면 위로 쓰러졌다. 허우적거릴 힘도 없는지 그냥 떠내려 간다.

“에라, 이 나쁜 놈.”

그때까지 조용히 바라보던 셋째 왕자 산이 떠내려가는 이무기의 꼬리를 잡아들어서, 머리 위로 휘휘 돌리다 던저버렸다. 그렇게 세게 던진 것도 아니데, 한참 후에야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강 건너 산자락에 떨어진 모양이다.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이무기가 흘리는 피가 반짝거려서 살펴보았더니, 핏속에 금가루가 섞여 있었다 한다.

“내 아들들이 자랑스럽다.”

 삼둥이가 이무기를 처리하는 것을 지켜본 하백이 장하다며 크게 웃었다.

“아닙니다. 아버님의 허가도 없이 저희들이 나서서 죄송합니다.”
삼둥이는 오히려 멋대로 굴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다. 그게 너희들이 할 도리였다. 이제 보니 너희들을 독립시킬 때가 되었구나. 말이 나온 김에 독립시켜야겠다. 각자 가고 싶은 곳을 말해 보거라.”

하백이 아들들의 독립을 명하자, 삼둥이들은 각각 

“저는 물에서 나고 자랐으니, 이제는 산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는  강이 보이는 산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는 형들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각자 살고 싶은 곳을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자식들이 믿음직스러운지, 하백이 또 한번 크게 웃으며

“그래, 그렇게들 하거라. 각자 원하는 곳으로 가거라.”

삼둥이 들이 원하는 곳으로 떠날 것을 명했다.

“첫째 반은 반곡리에 있는 산으로 갑니다.”
“둘째 부는 부용리에 있는 산으로 갑니다.”
“셋째 산은 산학리에 있는 산으로 갑니다.”

하백의 명을 받은 삼둥이들은 각각 가고 싶은 곳을 말하고, 손을 들어 구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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