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활 3년을 통해 여러분들의 수고하는 깊이와 사고의 높이에 따라 사람됨이 결정됩니다.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고등학교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예비학원이 되어선 안 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묵묵히 수고한 것이 어떤 보람으로 결실하는지를 경험하기 바랍니다. 내가 조금 손해 보며 남을 위해 조금 더 충실히 일 해주는 생활이 진정한 것입니다. 그 다음이 공부입니다.”

봉준이의 교직 첫걸음부터, 그 가슴에 싹튼 화두는 ‘소통과 공존의 교육’이었다.

세상을 통찰하고 해석하는 거대담론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게는 당장 일상의 삶에서 흔들리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고,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가 더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였다.

어떤 연유로든 조금 느리거나 뒤처진 아이들, 그로인하여 이중삼중으로 따돌림 당하며, 소외받고, 차별당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나 깨나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육을 고민해왔다.

누구를 제쳐야 내가 산다는 치졸한 경쟁의식을 넘어서라. 점수 몇 점에 도토리 키 재기 같은 대학 간판 놀음에 미리 스스로를 가두지 말기 원한다. 교육철학과 학생에 대한 애정은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부모들에 대한 당부의 글도 썼다.

“1학년 때부터 자기 생활을 틀 잡아 꾸려나가면서 자력으로 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 여유를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방과 후, 학원 수업은 가능한 최소한으로 한정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의 아버지들에게 남긴 당부도 있었다.

“여유로운 대화, 더 자주 나누어 의욕과 동기 유발해주시고, 적어도 주말엔 공부보다 책읽기를 권해주시고, 세상 이야기 인생 이야기도 문득 들려주셔서 아이가 공부할 필요와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해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정에는 나무들이 맨 가지로 겨울을 나고 있다. 한창 때 어떤 빛깔과 향기를 품고 있었는지 선뜻 짐작이 안 되고, 감나무에 걸려 있는 까치밥만이 아직 늦가을의 끝자락인 것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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