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그들은 장독대에 둘러 앉아 섹스에 대한 음담패설로 소일 하곤 했다. 어떻게 남자들과 즐기는지 쑥덕쑥덕 댔다.

“저 부부는 바로 잔대. 저 돌덩이 같은 여자는 오래전부터 얼치기 회사에 다니는 놈이랑 글쎄, 눈이 맞아 바람이 났대.”

“호호호, 참 별꼴이야. 시상에 저런 몸뚱이를 하고서도 바람을 다 피울 줄 알고.”
“그러게 말이야. 세상 참 말쎄랑께. 호호호…”

봉준이가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질리 없다.

봉준이는 새벽 세시만 되면 어김없이 하품을 하며 신문배달을 나섰고, 차가운  빵조각을 입에 물고 소리 없이 책과 씨름해야 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교사 경력을 갖고 있는 명문 사범대 출신으로 생물학 전공의 운동권 출신이 되었다.

학창시절 불온서적으로 치부된 이념서적에 심취해 있었고, 구속된 경력도 화려했다. 봉준이는 총명했다. 그런 그의 대학 졸업 후 삶은 이해 할 수 없는 파행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열악한 공간과 폭력적인 관계 속에 방치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들의 과도한 욕구에 짓눌리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성장은 비틀릴 수밖에 없다.

어른들이 갖지 못한 맑음과 밝음, 발랄한 호기심, 꾸밈없는 표현, 솟구쳐 오르는 기운 같은 것이 너무 일찍 자취를 감춘다. 그런 아이를 가르치는 것, 그들의 웃음을 대하는 것은 고귀한 선물이다.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으려면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존재를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른들이 그 생명의 힘을 나눠 가지면서 일상에 윤기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를 자유롭게 어울려 다니고 그 재잘거림이 새들의 지저귐으로 들려올 때, 가르치고 싶은 세상이 된다.

여기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선생님이 있다. 학생들에게 떳떳하고자, 늘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고민했던 전봉준 선생이야기다. 시대와 교육현실의 아픔을 학생들과 함께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봉준이다.

교생실습을 나가면서 각오를 다졌고, 기쁨과, 함성과 함께, 책상을 치며 파도를 타던 순간의 소회, 공부하는 학생을 바라보는 짠한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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