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 ‘금강과 옥황상제’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옥상상제님 은덕으로 삼둥이를 보았습니다.”

삼둥이를 본 하백은 즉시 옥황상제를 찾아 뵙고 감사인사를 드렸다.

“하백에게 구룡거를 내주도록 하라.”

하백의 보고를 받은 옥황상제는 “천하에 손자를 두게 되어 기쁘도다”라고 기뻐하며, 아홉 마리의 용이 끄는 구룡거를 타고 하늘나라를 구경하라고 허가해주었다. 그런데 그것은 특별한 대접으로, 공주도 구룡거를 타고 구경한 일은 없다한다. 
 
“그래, 구경한 기분이 어떤가?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하백에게 옥황상제가 물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천하가 넓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만, 제가 사는 금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네, 부마가 사는 곳이야말로, 천하 제일의 명당이라네.”
 
옥황상제는 세상을 볼 줄 아는 하백이 믿음직스럽다며, 많은 보물을 하사했는데, 그 중에는 비바람을 부르는 구슬, 병을 낫게 하는 구슬, 불을 조절하는 구슬도 들어 있었다.

하늘을 다녀온 하백은 삼둥이를 배에 태우고 강을 오르내리며,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강을 만들겠다며 열심히 일했다. 그런 보람이 있어 모두가 살기 좋다며 콧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하백은 홀로 앉아서 한숨을 쉬는 일이 많아졌다.

“무슨 걱정이 있으세요?”

모두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물었으나, 하백은 그 때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무런 걱정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숨을 쉬는 일은 계속되었다.

“도대체 무슨 걱정인지, 알아야 도와 드리지.”

신들이 걱정하며 수군거리는데, 엉금엉금 굴에서 기어나온 거북이가

“옥황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걱정하는 걸세.”      

그랬다. 옥황상제에게 감사하는 제사를 올려야 하는데, 제사상에 올릴 제물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다, 강을 보호해주는 은혜에 감사하는 제사를 올리며, 강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서 제물로 삼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문처럼 빠른 것은 없다. 하백이 제물을 구하지 못해서 걱정한다고, 거북이가 한 말이 금새 퍼졌다.

“하백님 덕으로 이정도 살았으면 충분하다, 내가 제물이 되겠다.”

소문을 들은 물고기들은 스스로 제물이 되겠다고 원했다. 그런대도 하백은 그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혼자서 고민한다. 보다못한 물고기들이

“저에게 제물이 될 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앞다투어 하백의 배에 뛰어올랐다. 하백이 강으로 돌려보내면 다시 뛰어올라 아예 드러눕고 만다. 그것을 본 거북이 하백을 찾아가

“행복하게 살다 행복하게 죽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답니다.”

제물이 되겠다는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 말을 들은 하백은 사흘 동안 생각하더니, 결국은 모두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를 수호하시는 옥황상제님 감사합니다.”

하백은 제물이 되겠다고 자원한 수산물과 육지의 산물로 장만한 제물로 차린 제사상을 배에 싣고, 감사의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첫째 왕자 반(反)에게는 상류에서 담아온 물단지를 들게 하고, 둘째 왕자 부(芙)에게는 파란 조개껍질로 만든 술잔을 들게하고, 셋째 왕자 산(山)에게는 옥황상제를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옥황상제님의 은덕으로 오늘도 풍요롭고 풍요롭습니다.
옥황상제님을 숭배하는 마음을 풍성히 담아 올리옵니다.

산이 부르는 노랫가락이 물결 위로 울려퍼지자, 하늘에 떠있던 구름이 둥실 거린다.
그것을 본 하백이 부한테 조개껍질잔을 받아 쥐자,  반이 물을 따랐고, 하백은 그 물을 한모금 입에 담아 오물거리다 하늘을 향해 “푸우”하고 내뿜었다.

순간,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다 “투두둑”하고, 수면 위로 떨어진다.

“와아, 무지개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여들었던 신과 인간, 그리고 물고기들은, 모두의 정성이 하늘에 통했다며 환호했고, 하백은 하늘을 바라보며, 세 변 손벽치고, 아홉 번 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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