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집 가까운 신문배달국에서 신문을 배달했다. 새벽 찬물에 잠을 쫓으며 책을 펼쳤고, 신문 배달 일을 마치고 모두 잠든 시간에도 공부했다.

그러나 매일 새벽 세시에 일어나야하는 것은 한마디로 끔찍했다. 서럽게 일했지만 세상은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꿈을 이뤄야 했기 때문이었다.

밤새도록 술을 퍼마신 주정꾼도 잠들어있고, 버스도 다니지 않고, 쓰레기 수거차도 다니지 않는 꼭두새벽이었다. 아침 일곱시가 되어서야 배달을 마칠 수가 있었다. 힘들게 배달을 하고 제대로 몸조차 씻을 기력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창문을 열고 차가운 새벽공기를 환기시키는 것만이 그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아침마다 펑퍼짐한 몸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여자가 있었다. 봉준이의 방문 앞에서 그녀는 주절거렸다.

“왜 문을 잠그고 그래? 난 그저 좀 돌봐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봉준이가 찾는 여자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봉준이에게는 첫 여자였다. 봉준이는 선채로 빵 한조각과 맹물을 씹어 먹고 자취방을 나와 시립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렇지 않은 날이면 자취방에 틀어박혀 한 여름에도 방문을 꽉 닫고, 귀를 틀어막고 책을 보았다. 집은 다가구가 세들어 사는 낡고, 한낮에도 볕이 들지 않아 어두웠다.

자취방은 수돗가에 장독대와 함께 허름하게 차려준 판자 집과 다름없었다. 길옆 높은 철길 가에 있던, 그 방은 난방도, 취사도 제대로 안 되는 춥고 어두웠다.

봉준이는 김치 한 가지가 놓인 상에 밥을 퍼서 먹었다. 밥을 먹으며 새벽마다 신문 배달하는 일이야 말로 즐거움이었다. 마른 밥이 자꾸 목에 걸리던 그였다. 밖에선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아줌마들과 뚱뚱한 아가씨의 깔깔대는 소리가 진동했다.

그 시대에 ‘아줌마’는 여성이 아니다.

기혼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미혼여성뿐 아니라 기혼여성 조차도 동의하는 모욕적인 호칭이다.

지하철에서 다이빙하듯 몸을 던지며 자리다툼을 벌이는 뻔뻔스러운 여성. 세련되지 못한 파마와 화장에 뚱뚱하고 탐욕스러운 여성. 음식점이고, 버스고, 가릴 것 없이 큰 소리로 떠들면서도 창피함을 모르는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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