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 ‘세종시 장군봉’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세종시에는 두 개의 장군봉이 있다.

하나는 북진하던 금강이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부용리에 있고, 또 하나는 구절초 축제로 유명한 영평사와 인재를 키우는 영상대학이 산등성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장군면에 있다.

가까운 곳에 조선의 영토를 두만강 연안까지 확장시킨 김종서 장군의 묘까지 있어, 장군봉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같은 이름의 장군봉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장군봉 이야기를 하다보면 엇갈리기 쉬운데, 그리 멀지 않은 반포면에, 또 하나의 장군봉이 있다.

팔도의 좋은 신들이 모여든다는 계룡산을 지키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떡 버티고 서있다. 지금이야 공주네 세종이네하지만 옛날에는 그저 금강 가까운 곳에 있는 산봉우리들이었다.

금강에는 많은 신들이 모여산다. 산과 들에 살던 신들이 물줄기를 타고 흘러들어, 같이 사는데, 처음에는 낮가림을 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나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다.”
“흥, 나는 비바람을 마음먹은 대로 조절할 수 있지. ”

서로 도술에 능하다고 자랑하다 다투는 일이 많다. 그때마다 하백이 사이에 들어 도리를 따져서 말하면 모두가 따랐다.

“하백은 도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도리도 밝다니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간단히 해결하면서도 공정하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며 따랐다. 그 바람에 하백은 쉴 틈도 없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보름날 밤이었다. 모처럼 하백이 달빛을 받으며 도술을 닦고 있는데, 서해에 사는 상어가 올라와 소란을 피운다는 연락이 왔다. 하백이 달려가 보았더니, 까만 상어 한 마리가 소란을 피우는데,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핏방울이 떨어진다. 이미 많은 물고기들이 다친 것이다.

“이놈, 그만두지 못할까.”

좀처럼 화를 안내는 하백이었지만, 물고기들이 다친 것을 보고는 참을 수가 없어, 호통을 친 다음에, 왼손으로 강물을 두드렸다. 그러자 수면이 상어를 실은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또올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올랐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그만 내려주세요.”

물길에 실려서 한 없이 떠밀려 올라가는 흑상어가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것을 분노한 눈길로 노려보던 하백이, 이번에는 오른 손으로 강물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하늘로 치솟은 물줄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면서 “풍덩”하는 소리가 들렸다.

상어가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상어는 떨어지는 충격으로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눈을 씼으며 찾아보아도 상어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피비린내만 수면위로 퍼지며 흘러간다.

“감사합니다. 하백님이 덕분에 살았습니다.”

놀라서 도망쳤던 물고기들이 몰려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의 달이 밝아지더니, 연꽃 모양의 가마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아니 저게 뭐야!”

모두가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소매가 긴 옷을 입은 선녀가 가마에 타고 있었다.
 
“저는 옥황상제님의 셋 째딸 부용이라고 합니다. 하백님의 배필이 되라는 명을 받고 찾아뵙습니다. 놀라시지 마시고 이리 올라오세요.”

가마 위의 선녀가 옥황상제의 뜻을 전하며 오른 손을 내밀었다. 하백이 엉겹결에 그 손을 잡고 가마에 오르자, 가마는 달이 질 무렵까지 수면 위를 오갔다. 그 이후로도 보름날 밤이 되면, 부용은 가마를 타고 내려와 하백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봄날이었다. 복사꽃잎이 바람에 휘날리다 내려 앉는 금강에, 물고기들이 여유롭게 헤엄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하얀 안개가 수면에 자욱히 내려앉는다.

“어찌 된 일이야! 아무것도 안 보이지 않아!”

모두가 신기하다며 수군거렸다. 그때였다.

“응애! 응애! 응애!”

아이가 태어나 우는 고고성이 안개 속에서 들려왔다. 모두가 영문을 모르겠다며 궁금해 하는데, 하백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부용 낭자 수고했소, 삼둥이를 낳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하백과 부용이 만난지 열달이 지나 있었다. 그 동안 둘이 나눈 사랑의 열매가, 세 쌍둥이로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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