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이무기와 용천’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전월산의 용샘 전설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

이무기가 용이 되겠다며 100년이나 기도했으나 임산부가 보았기 때문에 승천하지 못했다는 것이나 버드나무로 변한 이무기가 반곡마을 여인들을 바람나게 하면서 양화리 사람들은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것 등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씨앗이 생겨야 삼라만상이 번식하고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세상도 존속할 수 있어, 임산부는 신성하다. 그런 임산부가 쳐다보았기 때문에 승천을 취소했다면, 옥황상제가 임산부를 부정하게 보았다는 것으로, 세상의 번성과 발전을 막는 것이다.  

승천이 좌절된 이무기가 버드나무로 화생하여 임산부를 저주한다는 것은, 100년이나 기도했으면서도 수양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승천에 실패했으면 수양이 덜 된 것이라며 반성해야지 임산부 저주하는 이무기라면 용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 이무기라면 설사 용이 된다 해도 좋은 일보다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전설 때문에 버드나무를 베려는 반곡 마을과 지키려는 양회리가 화해하는 일 없이 영원히 반목하며 다투게 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반곡마을을 차별하는 것 같지만 양화리 사람들은 자기들밖에 모른다는 욕을 먹을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이런 전설은 양화리와 반곡마을의 불화를 부추겨 이익을 보려는 나쁜 사람들이나 외부 사람들이 퍼트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용샘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은 이런 전설을 이야기했다. 
  
옛날에 금강에서 오누이처럼 지내던 이무기가 부부가 되어 살던 어느 날, 
“나는 승천하여 용이 되어, 화목한 천하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싶소.”

남편이 승천하여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부인과 자식들이 기뻐하자, 이무기는 금강 바닥에서 전월산으로 올라가는 굴을 파기 시작했다. 정성껏 굴을 판지 10년이 되는 날 “뻥”하고 구멍이 뚫리며 쏟아져 들어온 밝은 빛이 굴에 차오른 물에 반짝거렸다.

이무기는 굴에 몸을 담근 체 그 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비바람을 부르는 주술, 병을 고치는 주술 등을 궁리하다 밤이 되면 금강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하늘로 치솟아 날아다니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부인도 주술을 터득하는데 좋다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고, 아이들도 응원했다. 그런 후원을 받으며 수련한 보람이 있어, 가뭄을 방지하고 홍수를 그치게 하는 주술은 물론, 병을 낫게 하고 싸움을 멈추고 화해하게 하는 도술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또 천리만리의 길도 단숨에 다녀올 수 있고 하늘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용이 되는 것을 소원하여 100년이 되는 날, 그날도 쉬지 않고 연마하는데, 

“그만하면 됐으니, 승천하도록 하라.”

승천을 허가하는 옥황상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단숨에 집에 달려가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자, 아이들은 팔짝거리며 기뻐했다. 열 두 번째로 임신한 부인은 불록 나온 배에 손을 얹은 채 미소 지었다. 꿈을 이룬 남편이 자랑스럽다는 미소였다.

“모두 당신과 가족들이 덕택이오. 내가 승천해도 자주 내려오겠소.”

다음날, 이무기는 부인이 준비한 신선수 일곱 모금을 마시고 용천을 휘감아 올라 하늘로 오르는데, 머리에 뿔이 나고 등비늘이 굵어지는 등 용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용이 되어 승천한 이무기가 천궁으로 옥황상제를 찾아뵙자

“금강용은 들어라. 너는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이웃과도 잘 지냈다. 그러니 앞으로는 하늘의 신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화목하게 지내는 일을 돕도록 해라.”

천제는 이무기를 ‘금강용’이라 부르며 화목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맡으라 했다.

명을 받은 금강용은 다투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이상하게도 그가 나타나면 다투던 신들이 웃기 시작한다. 어찌 된 일인지 금강용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옥황상제는 그런 금강용의 공을 칭찬하며 자주 용천을 통해 가족을 만나게 해주었다.

이후로 전월산에 올라 용천의 물을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소문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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