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합의에 따르겠다”(문재인)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의도다.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자유한국당)
“실망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국민의당)


5·9 대선 충북 최대 쟁점인 KTX 세종역 신설문제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시도간의 합의에 따르겠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문 후보는 지난 20일 청주 성안길 유세에서 “우리 세종역 설치 문제 관심 많죠”라고 운을 뗀 뒤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시·도간의 합의에 따르겠다. 그럼 되겠죠”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 “문재인 후보의 성안길 유세 발언은 실망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두루뭉술한 화법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종역 신설이 강행될 시 충북 도민들은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민주당 충북도당 또한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찌감치 KTX 세종역 신설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도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세종역 설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반대하면 되는데, 시도지사 합의로 넘긴 건 또 다른 갈등 야기할 가능성 높다”며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충북의 제1공약으로 ‘세종역 신설 저지’를 채택한 한국당은 홍준표 후보 선거 현수막에 ‘KTX 세종역 저지 자유한국당이 약속합니다’라는 글귀를 새겼다.

그러나 민주당은 양당의 정치공세라고 일축한다.

민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충청권 합의는)충북이 반대하면 세종역 신설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독적으로 강행하겠다던 이춘희 세종시장도 4개 자치단체 합의사항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합의 안 되면 추진도 없다는 의미”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역 신설은 20대 총선 때 세종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의원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서 공론화됐다. 이춘희 세종시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지난해 철도시설공단이 평택~오송 선로 용량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에 KTX 세종역 신설 관련한 용역을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됐다.

세종시는 숙원사업에 물꼬를 튼 것이라며 박수를 친 반면 충북도와 충남도는 발끈했다.

충남북은 세종역이 생기면 오송역(청주)과 공주역(충남)이 ‘유령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역 신설에 반발하고 있다.

KTX 공주역과 오송역 구간은 44㎞로, 14분 거리다. 이 두 역에서 7분 거리에 세종역이 생기면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이 된다는 게 충남북의 반대 논리다.

이처럼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자 주요 대선 후보들은 나름의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처방전이 환자 몸에 맞느냐를 두고 진영간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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