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살리라’… ‘천신이 강림한 형제산’
금남교 쪽에서는 세모로 보이던 원수산이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두 개의 봉우리로 보인다. 형제산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만하다. 정결하고 사이좋게 서있는데, 전해지는 전설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
부자로 살면서도 원수처럼 미워하던 형제였기 때문에 형제산으로 이름 지어졌는데, 원수산으로도 왼수산으로도 불리기 때문에, 산자락에 사는 주민들은 그 이름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한다.
인간들은 신이 하늘에서 산으로 강림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산자락에 제단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신을 초대한 다음에 소원을 빌었다. 그때 거짓을 말하거나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소원을 빌면 들어주지 않는다. 마음씨가 곱고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신을 기쁘게 한 다음에 소원을 빌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이 내려와 사는 산의 전설이라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내용,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내용이어여 한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사이가 나쁜 형제의 전설은 주민들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퍼트린 것으로 보아여 한다. 주민들이라면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하며 자랑했을 것이다.
천제가 하늘나라를 다스리던 옛날의 일이다. 하늘나라에 천하에 살기 좋다는 곳이 많다는 소문이 퍼지자, 많은 신들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며 살기 좋은 곳을 찾으려 했다.
“나는 큰 산이 있는 곳에 터전을 잡아야지.”
“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나 계곡에 살거다.”
천신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면 구름에서 내렸다. 그렇게 많은 신들이 좋은 곳을 찾아 내렸는데도, 계속해서 찾아다니는 형제신이 있었다.
“우리는 산과 강과 평야가 어우러진 곳을 찾자. ”
형제신은 다른 신들이 좋다고 말하는 곳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날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눈을 크게 뜨고 살피던 동생이 벌떡 일어서며
“저기다. 형, 바로 저곳이 우리가 찼던 곳이야!”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며 소리쳤다. 깜짝 놀란 형이 동생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더니, 남쪽에서 북쪽으로 거슬러 올랐던 물줄기가 서쪽으로 굽어 도는 금강이 보였다. 그 도도한 물줄기가 북쪽에서 흘러내리는 미호천을 받아들이는 곳에 봉우리가 둘인 산이 보였다. 구름 위에서 한참을 관찰하던 형제신은 일대의 풍수가 더 없이 좋다며 구름에서 내렸다.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저 평야를 보거라. 이곳이야 말로 천하의 중심이 될 명당이다.”
봉우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던 형은, 산줄기가 청룡이 비상하는 기세로 이어지고 호랑이의 기상으로 뻗어나는 풍수라며 탄성을 올렸다. 그리고 동생에게 조용히 말했다.
“동생이 남쪽의 평야와 강을 바라보며 하늘의 정기를 심어보게나.”
형신은 동생신에게 높은 봉우리를 양보하고 낮은 봉우리에 앉아 북측을 바라보았다.
그날부터 형제신은 비바람을 조절하여 풍년이 들게 하고 질병을 일으키는 신들을 쫓아내며 인간들을 보호했다. 거짓말이나 나쁜 짓을 하는 자가 있으면, 꿈속에 들어가 야단치기도 하고 벼락을 쳐서 혼내주기도 했다. 그런 형제신의 수호로 주민들은 나날이 행복해졌다.
“형제신의 수호를 받는 우리처럼 행복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은 형제신에게 감사하며 살았고, 현제신은 그런 주민들이 기특하다며 더 많은 은혜를 베풀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신이 주민들을 불러 모으더니
“우리는 그만 하늘로 올라가겠다.”
천하에 내려온 목적을 달성했으니 승천하겠다는 말을 했다.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은 주민들은 “아니 되옵니다.”땅을 치며 울부짖었다. 그런 주민들을 바라보던 형제신은
“우지 말거라. 우리는 승천해서도 너희들을 계속해서 수호하겠다.”
착하게 살면 승천한 후에도 수호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하늘을 향해 손뼉을 쳤다. 그러자 하늘에서 오색구름이 내려왔고, 형제신은 그것을 타고 승천했다. 이후로 주민들은 형제신이 살았던 산을 형제산이라 부르며 때를 정하여 산신제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