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원은 잃어버린 낙원을 다시 찾으려는 시도와 닮았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런 진리가 통용된다. 어떤 면에서 상상력을 좇아 살아 있는 자연의 일부분을 만들어내는 정원사의 일은 글 쓰는 일과도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열심히 정원을 가꾸었던 아버지를 보며 그걸 알았다. 심지어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특히 늙은 아버지가 허름한 옷을 입고 꽃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잡초를 뽑는 사진을 보며, 왜 이 모습이 내게 이토록 아련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생각했다.

정원일의 즐거움이라는 아버지의 일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나는 요즘 정원 가꾸기에 매여 산다. 강가에서 주워온 돌로 화단을 가꾸고 사철나무와 쥐똥나무, 조팝, 나무수국, 불두화, 라일락, 홍매화, 황매화 등을 심었는데 올해는 먹을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채소와 허브를 이런저런 꽃들과 함께 섞어 심고 있다. 요즘은 직접 기른 농작물을 식탁에 올리는 운동, 이른바 ‘Farm to Table’ 혹은 ‘Garden to Kitchen’이라는 개념이 생겨나 급속히 번지고 있다.

그런데 정원에 왜 꼭 잔디를 심어야 하느냐고? 단지 보기 좋을 뿐, 관리하기 힘들고 쓸모도 없는데… 대신 상추 옆에 금잔화를 심는 식으로 정원 만들고, 통로에는 자갈 깔고, 민들레를 심을래. 당신 민들레 좋아하잖아. 여보, 먹을 수도 있고, 꽃도 예쁘고, 어떤 환경에서든 잘 자라고 잘 퍼지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그리움을 표하고, 이곳저곳에서 민들레를 데려와 심었다.

“그것만으로 성에 안차서 아예 민들레 씨앗 1kg을 사서 집 뒤 뜨락에도 뿌리고 덤불로 덮었다. 그 다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재활용 목재로 틀을 만든 후 갖가지 모종과 씨앗을 구입했다. 지금은 토마토를 심어 놓고 그 옆에 어떤 꽃을 심을지 고민 중이다.

토마토 열매와 잘 매치될 붉은색 꽃, 백일홍 레드가 좋을 것 같다. 아스파라가스 옆에는 레몬 벨가못이나 히솝을 심으리라. 청양고추와 양귀비, 루콜라와 피튜니아 화이트, 양상배추와 베고니아, 당근과 채송화, 봄동과 백화 민들레… 그런 식으로 모양과 색깔을 그려보며 짝을 지어본다. 그러면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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