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적으로 입주민이 결정, 운영비 문제해결 제도적 방안 마련한 것”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 독서실 등 주민공동시설의 외부개방 정책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용객 부족으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단지는 이를 환영하고 있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한 초대형 단지의 아파트는 보안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아파트 입주민이 동의하면 헬스장, 독서실 등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을 인근 단지 주민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토부는 개정안으로 그간 방치된 주민공동시설 운영이 활성화되고 공동체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주민공동시설 내 설치된 목욕탕의 모습. 이 목욕탕은 비용 문제로 현재 이용이 중단된 상태다.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주민공동시설 내 설치된 목욕탕의 모습. 이 목욕탕은 비용 문제로 현재 이용이 중단된 상태다.

비용 문제로 주민공동시설을 운영하기 어려운 아파트 단지는 이번 정책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의 A아파트와 세종시 첫마을의 B아파트가 대표적이다.

1282가구의 용인시 A아파트는 하루 900명이 이용 가능한 수영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헬스장까지 포함하면 하루 수용가능 인원이 1200명이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400명에 불과하다. 이용금액도 인당 2000원으로 관리인력 급여, 시설 유지·보수비 등을 감안하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종시 B아파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2012년 입주 당시 주변 인프라가 열악해 목욕탕을 지었으나 운영비 부족으로 3개월 만에 시설을 폐쇄했다. 독서실도 규모에 비해 이용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인근 단지에서는 주민공동시설 내 독서실 자리가 부족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B아파트 관리소장은 “150석 규모의 독서실이 있는데 월 60명 정도만 이용하고 있어 90석이 빈자리”라면서 “독서실 관리 직원 월급도 주기 벅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 통과로 옆 단지와 협약을 맺으면 이용자가 늘어 운영이 원활해지고 학생들은 저렴하게 독서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주민공동시설 내 ‘외부인 출입금지’ 문구의 모습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주민공동시설 내 ‘외부인 출입금지’ 문구의 모습

이에 반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C아파트, D아파트 등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다. 주변 오래된 아파트와 시설 격차가 큰데다 입주민만의 사생활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3400가구 초대형 단지인 반포동의 C아파트는 가구당 월 2만원으로 헬스장, 사우나, 수영장, 독서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간당 2000원을 내면 이용 가능한 키즈룸도 있다.

C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관계자는 “키즈룸을 만들 당시 어린이집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그러면 외부인도 오게 돼 성사되지 못했다”면서 “주민공동시설은 입주민에게만 허용돼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실제 인근 D아파트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주민공동시설 내 어린이집을 두지 않고 키즈룸을 운영하고 있다.

D아파트에 살고 있는 30대 김모씨 역시 “시설을 개방하면 보안이 가장 걱정”이라면서 “커피숍, 사우나 등 인근 상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포동 일대 사우나 가격이 2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현저히 저렴한 단지 내 사우나로 사람들이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아파트의 실효성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주민공동시설 개방 여부는 전적으로 입주민의 의사에 달려 있어 실효성 논란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아파트가 주민들 몰래 시설을 외부에 개방해 민원이 꾸준히 들어왔다”며 “불필요한 민원을 줄이고 시설 운영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파트 입주민에게 방법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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